[단독]쌍용차 M&A, 500억원 DIP 금융 의무 '진정성 가늠좌'
2022-05-10 13:52
'국민 딜'된 쌍용차 M&A, 딜 빠지면 '양치기 소년'
쌍용차, 자금 수혈로 신차 마케팅 비용 등 확보
쌍용차, 자금 수혈로 신차 마케팅 비용 등 확보
'국민 딜'로 부상한 쌍용차 인수합병(M&A)의 흥행 흐름에 편승해 매각 주체들이 쌍용차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쌍용차 인수전에서 빠지게 되면 진정성을 줄곧 외쳐온 인수 후보들이 전 국민에게 '양치기 소년'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는 상황을 매각 주체가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1일 제출이 마감되는 쌍용차 입찰 조건에 500억원의 DIP(Debtor In Possession) 금융 의무 제공 조건이 붙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DIP 파이낸싱이란 인수 자금과는 별도로 운영 자금을 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쌍용차는 현재 중형 SUV 모델 'J100(프로젝트명)' 성공에 기업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따른 마케팅 비용 등 운영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쌍용차가 자체적으로는 이 자금을 확보하긴 어렵다. 영업이익(손실) 기준으로 △2017년 -652억원 △2018년 -641억원 △2019년 -2819억원 △2020년 -4493억원 △2021년 -2612억원 등 줄곧 적자를 냈고 2020년 이후엔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신차의 흥행은 쌍용차 회생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측은 신차를 출시하지 않으면 매출이 떨어지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보니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에디슨모터스가 입찰할 당시에도 DIP 금융 제공이 요구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DIP 금융을 제공하면가산점을 5점 부여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의무 조항으로 바뀐 것이다. 처음부터 DIP 금융 제공이 의무였던 것은 아니었다. 쌍방울그룹과 KG그룹이 인수 의사를 표명하면서 매각전이 흥행 조짐을 보이자 쌍용차와 매각주간사인 EY한영 등 매각 측이 쌍용차 재건을 위해 DIP 금융을 의무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입찰자들로서는 부담이다. 금융, 상사 채권단에 치러야 하는 대금과 더불어 쌍용차 운영자금 대여에도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자금 부족으로 약정했던 DIP 금융 500억원 중 300억원만 지원하며 계약이 해제되기도 했다.
하지만 딜에서 빠지기도 쉽지 않다. KG그룹이나 쌍방울그룹은 인수 의사를 밝힌 후 주가까지 2배 이상 치솟은 상황이어서 여기에서 발을 뺀다면 당분간 '양치기 소년'이란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3월 28일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 간 M&A 계약이 해제된 이후 쌍방울그룹은 빠르게 인수 의사를 표명했다. 이후 쌍방울, 광림, 나노스, 아이오케이 등 쌍방울그룹 주식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요동쳤고 에디슨EV 주가 조작 의혹과 연동되며 정은보 금감원장이 직접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쌍방울그룹은 쌍용차의 자금 지원 및 딜 관점에서는 도움이 되고 있다. 완주하지 않으면 평판 리스크에 직면하는 쌍방울그룹이 있기에 쌍용차는 턴어라운드를 위한 운영 자금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또 이엔플러스 등 진정성 없는 후보들을 초반 선별하는 효과도 있었다.
아울러 회생 딜 특유의 막판 '후려치기' 등을 상당히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전망이다. KG그룹의 동부제철(현 KG스틸) 인수 건이 대표적이다. KG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될 당시 최초 인수가는 5000억원으로 추산됐지만 이후 깎이고 깎여 3600억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M&A는 기본적으로 회생 M&A"라면서 "매력 넘치는 매물도 아닌데 과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악에는 쌍용차의 벼랑 끝 전술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