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주도, 전기차 보급률 1위 이은 '폐배터리' 활용 1위 넘본다

2022-05-06 16:38

이동훈 제주테크노파크 활용기술개발팀장이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 입고된 전기차 폐배터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상우 기자]

최근 삼정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5년부터 연평균 33% 성장해 2040년 573억 달러(약 72조81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요가 폭증하는 전기차 시장과 궤를 같이해 주요 파생산업으로 우뚝 설 것이라는 장밋빛 관측이다.

지난 4일 방문한 제주시의 제주테크노파크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는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국내 폐배터리 산업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제주첨단과학단지 4000㎡ 규모 부지에 415억원의 국비를 투입, 2017년부터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협소한 관계로 실증 사례 발굴이 쉽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급격한 산업 성장과 함께 폐배터리 활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까지 이뤄지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센터의 주요 업무는 재활용이 가능한 폐배터리의 안전성 확보부터 다양한 산업에 폐배터리를 적용하는 실증사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센터를 통해 회수한 전기차 배터리는 250개 정도며, 제주에서 나온 전기차 폐배터리는 전부 이곳에 모여 있다.

 

배터리팩에서 분리한 모듈이 성능 실험에 들어가기 전 한곳에 보관돼 있다. [사진=김상우 기자]

센터에 들어서자 배터리팩과 팩에서 분리한 모듈을 가지런히 구분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배터리팩은 잔존가치와 안전성 등을 측정하기 위한 검사가 48시간 동안, 모듈은 24시간 동안 이뤄진다. 단계적 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한 폐배터리만 활용이 가능하다. 검사를 받은 배터리팩과 모듈은 상태에 따라 A~E 등급으로 나눠지며, 배터리 효율이 70%까지 나와야만 재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 효율이 그 이하면 폐기처분하나 여기서 나오는 코발트, 니켈, 구리, 리튬 등은 따로 추출해 재활용한다.

특히 배터리팩 단계 검사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측정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팩을 모듈로 분리해 검사할 때 일부 모듈은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종종 나오기 때문이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단계적 선별검사가 중요한 이유다.

전기차 배터리는 하나의 팩 형태로 이뤄져 있다. 팩은 여러 개의 모듈을 묶은 형태며, 모듈은 다시 여러 개 배터리셀을 묶은 형태로 구분한다.

제주시는 국내 1위의 전기차 수요를 자랑한다. 2만5000대 이상의 전기차를 운행하고 있다. 2030년에는 제주도에서 발생한 폐배터리가 2만1000개 수준을, 국내 전체로는 20만개에 이를 전망이다.

이동훈 제주테크노파크 활용기술개발팀장은 “모듈 하나에 2.2~2.8kW의 전력량을 가지고 있어 2개를 확보하면 가정용 ESS(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이 가능하고 3개면 전기차 완속 충전에 사용할 수 있다”라며 “지금은 전기차 충전소와 가로등, 농업용 차량, ESS, 양식장 무정전전원장치(UPS) 등 8건을 실증‧적용하고 있으며, 차후 도내 관광산업과 재생에너지 등 각종 연계산업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8개의 전기차 배터리팩을 탑재한 ESS(에너지저장장치)는 전기차 충전 등에 활용하고 있다. [사진=김상우 기자]

이 팀장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마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상이한 점은 장기적으로 폐배터리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 지목했다. 그는 “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BMS의 개발 비용이 크게 들어갈 수 있다”면서 “폐배터리 활용을 위한 통합 시스템 구축 등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센터는 올해 완공을 목표로 안전성 시험을 위한 방폭동을 구축 중이다. 올해 말까지는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잔존가치 평가를 더욱 면밀하게 진행할 수 있는 70여 종의 시험장비를 확보할 계획이다. 2024년에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해 개발한 제품의 시험인증에 사용할 12종의 장비도 추가하는 등 관련 인프라 고도화를 점진적으로 이뤄가겠다는 포부다.

센터를 나오자 대형 ESS를 확인할 수 있었다. 르노코리아차 ‘SM3’와 현대차 ‘아이오닉’의 폐배터리를 활용한 ESS로 28개의 배터리 팩을 탑재했다. 해당 ESS는 센터 내 전기차 충전에 활용하며, 태양광 에너지로 발생한 전기까지 저장한다.

이 팀장은 “도내 폐배터리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부터 배터리의 타 지역 반출을 위한 평가 기준과 운송 기준 마련, 배터리 인증 시험 대행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라며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제주도가 국내 전기차 보급률 1위에 오른 것처럼 폐배터리 산업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시에 소재한 제주테크노파크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전경. [사진=김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