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변호사도 당한 보이스피싱…막을 길 없나

2022-05-04 10:3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의 유형이 치밀해지고 고도화하는 가운데 현직 변호사도 보이스피싱에 당해 금전적 피해를 봤다고 고백해 심각성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관규 변호사는 지난 3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저도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며 “2014년 가을쯤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업무를 보고 있는데 포털 사이트에 접속이 잘 안되더라”고 운을 뗐다.

이 변호사는 “보통 컴퓨터 전원을 껐다가 켜면 다시 접속이 잘 됐기에 경각심이 없었는데 며칠 뒤 늦은 밤 야근하던 중에도 포털에 접속이 안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제가 서류를 급하게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사이트에서 안내하는 대로 제 개인정보와 은행 정보를 다 입력했다”며 “이후 고객센터라는 곳에서 전화가 왔다. 상담원이 알려 달라는 마지막 정보를 보내주니 제 계좌에서 299만원씩 5번이 인출됐다”고 했다. 총 1495만원이 순식간에 빠져나간 것이다.

이 변호사는 포털에 접속이 불가하도록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컴퓨터를 원격으로 조정해 접근한 것 같다며 “변호사들이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많이 찾는데, 그 과정에서 악성 프로그램이 제 컴퓨터에 설치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이스피싱을 피하기 위해선 금융거래 정보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아야 한다”며 “인터넷 사이트에 계좌번호, 카드 정보, 보안카드 번호 등을 절대 입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악성 링크를 보내 원격 조종 앱을 설치하도록 한 다음, 휴대폰에 설치된 은행 등의 앱으로 돈을 인출하는 수법이다. 코로나 메신저에 속은 피해자는 사기범에게 신분증, 은행 계좌,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 건수는 3만1000여건으로, 피해액은 7744억원에 달했다. 피해자들은 주로 40∼50대 서민층으로 알려졌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고도화하면서 가족 등을 사칭한 메신저피싱 피해 역시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채널 이용이 증가하면서 사기 수법이 대출 빙자형에서 메신저 피싱형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해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991억원으로 전년보다 165%가량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들어서는 피해자의 가족이나 지인 전화번호를 통한 범죄 수법까지 등장해 이에 대한 피해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범죄자는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확보한 상태로 연락을 시도한다. 발신 번호가 국제전화일지라도 피해자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와 마지막 8자리 숫자만 일치하면 피해자의 휴대전화 화면에 저장된 이름으로 뜨는 허점을 노린다.
 
보이스피싱에 당하면 많은 사람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 다른 범죄보다 더욱더 잔인하게 다가온다. 범인을 검거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당하지 않는 게 최선책일 만큼 개인의 주의가 각별히 요구될 수밖에 없다.
 
한편 지난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국제전화가 걸려오면 이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래픽=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