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안받네' 자사주 소각 기업들 주가는 요지부동
2022-05-03 16:18
공시한 19개사 중 10개사 주가 하락
암울한 증시 주가 부양수단 안 통해
자사주 매입→소각 아닌 경우엔 외면
암울한 증시 주가 부양수단 안 통해
자사주 매입→소각 아닌 경우엔 외면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들의 주가 부양의지가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미국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 우려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주가는 기대와 달리 부진한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올해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상장사는 19개사(거래정지 중인 그래디언트 제외)로 그중 10개사의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9개 상장사의 공시전일 대비 현재 주가 평균상승률은 0.88%로 주가상승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2일 펄어비스는 이달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선다고 밝혔다. 자사주 198만6645주며 244억원 규모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11일이다. 펄어비스 측은 “주주가치 제고 및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소각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 친 모습이다. 펄어비스는 2일 장이 열려있던 오후 2시경 공시를 내놨다. 하지만 공시 당일 주가는 -0.59%로 부진했고, 이튿날인 3일에도 주가는 -3.10%로 부진했다. 자사주 공시 전일 대비 현 주가는 -3.67%에 해당된다.
금융투자업계가 주력게임인 검은사막의 중국 내 실적이 부진하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등 눈높이를 낮추고 있어 투자자들이 이에 동조한 게 이유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작 성과 부진에 따른 실적 전망치 조정으로 목표주가를 기존 10만원에서 7만원으로 하향 조정한다”면서 “검은사막의 올해 중국 일매출 전망치를 기존 16억원에서 8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22일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하나금융지주도 기존에 취득했던 자사주 433만8586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소각예정금액은 1500억원이다. 하지만 주가는 공시당일 1.46% 오른 4만8750원을 끝으로 지난 2일 4만6600원을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주가는 0.75%(350원) 내린 4만6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시 전일 대비 주가는 3.75%가 빠진 상태다.
자사주 소각 공시 후 가장 크게 주가가 오른 기업은 엠아이텍으로 공시 전일 대비 현재 주가 상승률은 87.17%에 달한다. 이어 에코마케팅(32.88%), 메리츠증권(16.34%), KISCO홀딩스(13.46%), 아이티엠반도체(11.91%), 한국철강(11.76%) 등이 10% 이상 상승했다. 반대로 랩지노믹스가 -67.49%로 가장 크게 내렸고, 디씨엠도 -67.19%로 크게 부진했다. 이외에도 다올투자증권(-8.48%), 토비스(-5.93%), 미래에셋증권(-4.67%) 등도 약세를 나타냈다.
자사주 소각은 일반적으로 해당 수량만큼 잠재적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식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을 할 만큼 재무적인 인정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주주신뢰 제고 효과 또한 거둘 수 있다.
주가 하락에 대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자사주 소각 이슈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며 “새롭게 자사주를 매입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사들였던 주식을 소각하는 만큼 주주들에게 크게 어필되지 못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