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작년 실손보험 적자액 2.9조 육박…역대 최대

2022-05-02 16:02
자동차보험 4년 만에 흑자…부동산 시장 호조에 대출액 상승

[사진=연합뉴스]


보험업계가 지난해 실손의료보험에서 3조원에 육박하는 적자가 발생했지만 직원당 1억원 이상 성과급을 지급했다. 적자를 냈는데 어떻게 성과급이 지급됐을까. 실손보험 적자 폭은 확대됐지만 자동차보험이 흑자로 돌아섰고, 부동산과 증시 호황을 맞아 대출 이자 이익을 포함한 투자영업이익이 크게 늘어 순익은 오히려 급증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지난해 실손보험에서 2조860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조5009억원 손실을 기록한 전년보다 적자 폭이 3593억원 더 커졌다. 손실액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실손보험 적자 규모가 커진 이유는 과잉진료로 비급여 부문이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보험료 수익 대비 실제사업비 비율인 사업비율은 2020년 11.9%에서 지난해 11.4%로 0.5%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보험료 수익 대비 발생손해액 비율인 경과손해율은 2020년 111.8%에서 지난해 113.1%로 1.3%포인트 증가했다.

보험손익은 보험료 수익에서 발생손해액과 실제 사업비를 뺀 값으로 정해지는데 손해액이 보험 손실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실손보험 적자가 확대되자 보험사들은 보험업권 수익이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에 실손 보험금 심사 강화와 비급여 보험금 지급 축소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이유다. 

하지만 수익 악화에도 보험사들은 지난해 대대적인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삼성화재는 올해 연봉 대비 평균 36%, 삼성생명은 평균 17%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표준연봉'의 평균 30%가 넘는 성과급을 지급했고, 올해는 평균 40% 이상을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DB손해보험은 표준연봉의 33%가량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일부 직원은 성과급으로만 1억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사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금감원 '2021년 보험사 경영실적(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 당기순이익은 8조26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1967억원(36.2%) 증가했다.

업권별로 보면 지난해 손해보험사 순이익이 4조3264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7077억원(65.2%) 늘었고, 생명보험사 순이익은 3조9403억원으로 전년 대비 4890억원(14.2%) 증가했다. 실손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손보사들 실적이 생보사보다 호조를 보인 것이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자동차보험 실적 개선과 대출 이자이익 확대 때문이다. 손보사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은 3981억원으로 전년(-3799억원)보다 7780억원 급증했다. 이 중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대형 4사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4929억원에 달했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부동산시장 호황 등으로 대출 규모도 확대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약관대출은 생보사(23개사)가 2020년 47조4357억원에서 2021년 48조9926억원으로 3.3% 증가했다. 손보사(13개)는 2020년 16조603억원에서 2021년 16조3934억원으로 2.1%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생보사(11개사)가 2020년 31조965억원에서 2021년 33조3582억원으로 증가했다. 손보사(11개사)는 2020년 18조4764억원에서 2021년 19조2624억원으로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적자 확대를 이유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자동차보험과 약관대출 등에 힘입어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