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증권 펄어비스 연구원 텔레그램 "사실상 새로운 보고서"…자통법 위반 농후

2022-05-02 15:24
자본시장법 불공정거래 위반 가능성 높아
업계 전반적 문제, 금감원 "사전 방지 방안 알아볼 것"

한 증권사의 연구원이 특정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 연구원은 오류에 있다고 해명을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했다. 그가 보낸 메시지가 새로운 보고서로 볼 여지가 상당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보고서라면 그는 자본시장법까지 위반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출처=다올증권 보고서 및 텔레그램 ]


지난 달 27일 다올투자증권 게임섹터 연구원은 펄어비스 리포트를 발표하며 목표주가로 13만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같은 날 그는 특정한 자에게 이 회사의 적정주가가 6만원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성명, 소속 등을 밝힌 뒤 "오늘 펄어비스 주가가 매우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호적인 가정을 도입하더라도 적정주가는 6만원 수준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제가 커지자 해당 연구원은 "저는 이번 펄어비스 리포트에서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에 대한 조정을 하지 않았고, 단기 이슈와 장기 긍정적 전망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라고 해명했다. 

다올증권 역시 "목표주가는 1년 뒤를 목표로 하는 주가이고 적정주가는 단기적으로 바닥을 볼 때의 예상금액"이라면서 메시지가 상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메시지=새로운 보고서
 

다올증권의 컴플라이언스 규정[출처=다올증권 보고서]


증권사 연구원이 리포트 이외의 새로운 내용을 공시한다면 이는 새로운 리포트다. 공시의 형식과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다올증권의 연구원의 '적정주가 6만원'이란 텔레그램 메시지도 새로운 리포트인 것이다. 기존 리포트에는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투자의견이 바뀐다든지, 추정치, 목표주가가 바뀐다면 새로운 내용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리포트를 새로 낸다면 다시 절차를 밟아 공시를 해야 한다. 증권사는 컴플라이언스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중요 정보에 대한 사전 공시 위반이 된다. 

다올증권은 목표주가와 적정주가가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다올증권의 다른 보고서에도 목표주가와 적정주가에 대한 정의는 없다. 목표주가와 적정주가를 정의해 놓은 법도 없다. 그런데 목표주가와 적정주가의 차이는 2배 이상이다. 

또한 해명 당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전부 리포트에 담겨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적정주가 6만원'이란 메시지가 새로운 리포트가 아님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정인에게 보낸 메시지를 해명한 연구원

다올증권은 연구원이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가 퍼졌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논란이 커지자 연구원은 해명을 했다. 특정 공간에서 그는 성명, 소속 등을 밝히며 "어려운 장 속에서 느끼고 계실 심려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사과의 말도 전했다. 다올증권 관계자는 "상황이 와전되며 오픈된 공간에 정정 내용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연구원은 특정 공간을 인지하고 있거나, 몰랐다고 하더라도 주변에 특정 공간에 초대할 지인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메시지가 펀드매니저와 같은 시장 관계자들에게 보냈다면 전파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보여진다. 

오반석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는 "공연성은 전파 가능성으로 판단하고 인원이 한 사람이라도 인정한 사안이 많이 있다"면서 "다만 최근 3인에게 사실 유포했어도 전파 가능성은 없다고 본 대법원 판례도 있기에  대화 당사자 사이의 관계나 내용에 따라서 개별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은?

여러 전문가들은 불공정행위 측면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을 언급했다. 불공정행위의 유형으로는 크게 미공개 정보이용, 시세조종, 부정 거래 등이 있다.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서 법정 방식으로 공개되기 전의 정보가 미공개 중요 정보다. 

다올증권 연구원의 메시지를 새로운 보고서로 본다면 이는 컴플라이언스 절차를 지키지 않았기에 법정 방식으로 공개되기 전 정보에 해당하게 된다. 그 정보를 가지고 펄어비스 주식을 매도했거나 공매도를 했다면 상황은 심각해 진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매도를 했다면 명확한 불공정행위"라며 "정보를 수령해 매매한 펀드매니저들은 책임이 없지만, 1차 정보를 제공한 애널리스트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누군가에게 매수가 아닌 매도를 때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했다면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처음에 작성한 리포트가 원래 의견이 아니고 회사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면 증권 회사 차원에서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반적인 문제, 금감원 "사전 차단 방안 살펴보겠다"


이번 다올증권 연구원의 적정주가 이슈는 그의 문제만이 이니다. 신입 연구원이다 보니 표현이 다소 투박했을 뿐 공공연한 일이다. 

이는 곧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로 이어진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자본시장이 교란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월에 있었던 LG생활건강 리포트 사건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10일 LG생활건강 주가는 13%대 급락세를 기록했다. 개장 전 7개 증권사에서 쏟아진 LG생활건강에 대한 목표가 하향 보고서가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동시다발적으로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가 쏟아진 것이 우연의 일치는 아니었다. LG생활건강이 사전에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회사 실적에 대한 1대 1 전화 브리핑을 진행한 것. 당시 이를 취재했던 아주경제 기자는 "각 증권사와 LG생활건강에 문의했다. 무슨 일이냐고. 답변은 간단했다. 증권사는 미리 들었고, LG생활건강은 미리 알렸다는 답변이다"고 설명했다. 

시장 관계자들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얼마나 쉽게 봤는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증권사 연구원들은 보고서와 다른 내용을 가급적 안 하는 게 맞는데 만약 하더라도 보고서에 나온 내용과 다른 내용을 표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과거 대형 증권사에서 부사장을 역임했던 관계자는 "증권사는 정보 복합체다"며 "이 안에서 여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한 만큼 내부 규율을 엄격하게 지킬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니었고 실수에서 비롯된 부분이다"면서도 "하지만 물의를 일으켰기에 시장 관계자들에게 죄송스럽고 재발 방지에 최대한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