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재판 톺아보기] 정인이 숨진 지 1년 6개월 만에...양모 징역 35년 확정
2022-04-30 08:00
1심 무기징역·2심 징역 35년...대법, 원심 확정
"'양형부당' 이유로 상고 못 해...법리 오해도 없어"
사회적 공분 끝에 아동학대 대응체계 개편도
"'양형부당' 이유로 상고 못 해...법리 오해도 없어"
사회적 공분 끝에 아동학대 대응체계 개편도
대법, 5개월여 만에 원심 확정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 상고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 28일 확정했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모씨도 징역 5년형을 확정받았다.장씨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양을 상습적으로 폭행·학대하고 그해 10월 13일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키 79cm, 몸무게 9.5kg의 정인양은 숨질 당시 췌장 절단, 장간막 파열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도 장씨가 정인양을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아무 조처를 하지 않았고 학대를 방조한 혐의 등을 받았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장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됐다. 안씨는 1·2심 모두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2심 법원은 장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살인 의도를 갖고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볼 수 없고 범행 이후 살인을 은폐하려고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감형했다. 또 장씨가 병원으로 이동하며 정인양에 CPR(심폐소생술)을 한 점, 장씨가 분노와 스트레스 등을 제대로 통제·조절하지 못했던 점 등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양형부당의 상고 이유는 해석상 10년 이상의 징역형 등의 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검사는 원심의 양형이 가볍다는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를 제기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장씨와 안씨의 상고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판결 직후 “형량 아쉽다” 비판도
이날 장씨와 안씨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나오자 법정 안에선 소란이 벌어졌다. 재판 방청객 가운데 일부는 재판부를 향해 “판결을 다시 하라”, “이따위 판결을 하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법원 관계자에게 끌려나가는 방청객도 있었다.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해온 시민단체도 비판에 나섰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판결 후 연 기자회견에서 “아동학대 살인은 일방적으로 학대를 받기 때문에 일반 살인 사건과 다르다”며 “이번만큼은 법이 아동학대 범죄에 경종을 울려주시리라 기대했는데 35년이라는 형량이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정인이 사건은 막대한 사회적 공분을 가져왔다. 범행의 심각성뿐 아니라 경찰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였다. 정인양이 입양된 이후 3차례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다. 경찰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하고 내사종결 혹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의견을 내 송치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들은 징계를 받았고 관할 서장은 경질됐다. 경찰청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대응 체계 개편이 이뤄지기도 했다. 지난 3월 시행된 ‘정인이법(아동학대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 개정안)’과 정부의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이 이에 해당한다. 연 2회 이상 의심 신고 시 즉각 분리, 아동학대살해죄 신설 등이 골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아동학대살해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만들기도 했다. 아동학대살해죄의 권고 형량 범위는 기본 17~22년, 가중 시 2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감경 시 12~18년으로 설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