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탄소중립 골든타임] '탄소 괴물' 산업계, 애로 호소...인수위는 '아웃 오브 안중'

2022-04-29 05:00
높아가는 탄소 무역장벽...국제표준 맞는 인증제도 필요
탄소배출 비율 높은 철강 업계, EU CBAM 불이익 우려
'친기업' 인수위 "장관 임명 후 진용 갖추고 풀어나가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1일 오후 전남 광양제철소를 방문해 제1고로(용광로) 앞에서 쇳물이 생산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계가 정부에 탄소중립을 원활하게 실현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 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반면 친기업 행보를 확대하고 있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탄소중립 전략에서 산업 부문을 등한시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산업계 불만을 사고 있다.

28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정책 세미나'에서 기조 강연을 통해 "국민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탄소중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탄소중립이 한국 경제에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편익이 비용을 추월하는 시점인 골든크로스를 앞당겨야 한다"며 "투자 편익을 극대화시키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마련해야 되고 구체적인 해법과 로드맵도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글로벌 대기업들은 공급망 내 탄소 배출량 관리를 위해 원료·부품 공급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발자국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유럽연합(EU) 이사회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입법안에 대해 합의하는 등 각국 정부도 탄소 무역장벽 쌓기에 나섰다.

국내 기업들은 수출 인증을 위해 환경부를 비롯한 다양한 부처에서 탄소 배출 관련 검증을 받지만 제각각인 기준과 오래된 데이터로 산출되는 결과 등을 이유로 해외 고객사에서 수용할지 불확실한 실정이다.

이에 최 회장은 "탄소중립 비용 편익과 아주 다양한 에너지 정책들을 정량적으로 측정해서 평가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며 탄소 배출 측량 모델 마련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을 위해)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새 정부에서도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하고 소통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7억137만톤(t) 중 제조·건설업 등 산업 부문은 2억6620만t(26.7%)으로 에너지산업(38%) 다음이다. 산업 부문 중에서는 철강 업계 배출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한국은 대EU 철강 수출량이 세계 6위인 만큼 CBAM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정책연구팀장은 “무역경쟁국인 러시아, 중국, 터키 등 경쟁 관계와 시장 다변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실제 배출량을 검증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산업계가 탄소중립에 공조하는 데 애로를 호소하지만 인수위는 탄소중립 로드맵에 ‘탈원전 백지화’만 제시한 채 ‘국민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기업 프렌들리 정책과는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인수위 관계자는 “산업계의 해외 진출 경쟁력을 키우는 것에 대해 윤 당선인 의지가 강하다”면서도 “(탄소중립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은 새 정부가 출범해서 장관이 임명되고 진용을 갖추고 나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제조업 생산 비중이 높은 한국 산업 관점에서는 탈탄소화가 아직 도전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며 “국가별 산업구조 특징과 제조업 성장 비전이 반영되고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 경로에 대한 합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의 탈탄소화와 성장 동력화를 위한 장기 비전을 수립하기 위해 탄소중립 산업 전환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산업의 로드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다른 주요 국가는 그린뉴딜-디지털 뉴딜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강력한 경기 회복과 산업 정책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