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위안 vs 달러… 아시아 3국 환율 리스크] 외환당국 '환율 안정' 묘수는 없나

2022-04-26 17:1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이 본격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에 돌입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최근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원화 가치 역시 상승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Fed)이 ‘자이언트 스텝’ 등 고강도 긴축통화정책을 예고하면서 파장이 거센 모습이다.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서고 있으나 효과가 미미한 상태여서 추가 충격에 따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50원에 임박하자 당국은 “최근 환율 움직임은 물론 주요 수급주체별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이 환율 개입에 나선 것은 지난달 7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그러나 이 같은 당국 개입에도 환율은 장중 한때 1250.1원까지 올라 연고점을 돌파했다. 하루 뒤인 이날 역시 종가 기준 1250.8원 선을 기록하며 연고점을 높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 같은 외환시장 흐름과 관련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달러화 가치 상승에 따른 원화 가치 절하에 대해 “다른 국가에 비해 절하 폭이 심한 편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미국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다른 나라 환율이 절하된다”면서 “일본에서는 YCC(수익률곡선제어정책)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격차가 더 커져 절하 폭이 큰 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원화 약세 압력을 통화정책, 이른바 금리 조정으로 대응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에 있어서 특정 환율을 타깃으로 하기는 굉장히 어렵다”면서 “환율은 금리뿐 아니라 경상수지, 경제 펀더멘털 등 여러 요인과 변수가 개입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환율은 시장변수인 만큼 급격하게 쏠림 현상이 있거나 변화에 대응하는 역할을 할 순 있어도 환율에 방점을 두고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은이 환율 방어에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환율 변동성에 따른 추가 조치 가능성을 꾸준히 피력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이제까지 지켜봐 왔던 환율 수준에서는 지금(12일 기준 1230원)이 거의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필요하다면 시장 안정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한은 등 외환당국은 작년 4분기 미국 통화긴축 강화, 중국 헝다그룹 파산 논란 등에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환율 안정을 위해 68억8500만 달러 순매도에 나선 바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달러화 강세에 우호적인 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상 원화 약세 지속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특히 당국 개입에 따른 속도 조절 '약발'이 쉽사리 먹히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 속에 원·달러 환율이 최대 1280원 선까지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국면이다 보니 원·달러 환율도 상방 압력을 받는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 전황이 극단으로 치닫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달러당 1280원 선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상황과 한국의 경상 수급을 고려하면 원화가 강세로 전환할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JP모건도 연내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260원으로 제시하며 "원화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 유출에 절하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