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25시] 무인점포 범죄에 경찰 '골치'

2022-04-22 07:49
전국 곳곳에서 점포 물건 절도
일부는 물건뿐 아니라 현금까지 절도

절도 행위가 일어난 인천의 무인제과점[사진=연합뉴스]



무인점포에서 절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사람 없이 운영되는 무인점포가 늘어나는 가운데 관련 절도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무인점포 대상 절도 사건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점포 절도가 늘어나자 경찰은 지난해부터 3개월 단위로 통계 관리를 시작했다. 지난해 1~9월 무인점포 검거 건수는 1604건이다. 2019년, 2020년에는 통계 관리 전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각각 203건, 367건이다. 

무인점포마다 CCTV가 설치돼 있으나 정작 절도 범행을 예방하지는 못한다. CCTV는 범죄 예방보다 사후 검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무인점포만 골라서 터는 범죄는 줄지 않고 경찰은 이들의 뒤를 쫓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 대전, 서울…전국에서 발생

14일 인천 삼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7시 50분께 인천시 부평구 무인제과점에서 A씨(30·여)가 가게 내 제품을 훔쳐 달아났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40대 점주 B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A씨가 가게로 들어오더니 3분 만에 케이크 등 10만원 상당의 제품을 훔쳐 갔다"며 "아무 거리낌 없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가게 내부 CCTV 영상에는 A씨가 계산대 옆에 빵과 음료 등을 쌓은 뒤 가게에 비치된 비닐봉지에 옮겨 담는 장면이 있다. 그는 당시 검은색 비닐봉지 3개와 진열대에서 꺼낸 케이크를 들고 유유히 가게를 벗어났다.

B씨는 "빵 1∼2개라면 어느 정도 참을 수는 있겠지만, 보란 듯이 제품을 쓸어가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났다"며 "A씨는 냉장고 문을 열 때도 옷 소매를 늘려 지문을 남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가게 주변 CCTV와 피의자 인상착의를 근거로 A씨를 특정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베트남 국적의 30대 여성으로 확인됐다"며 "조만간 A씨를 불러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무인점포 제품 도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2월 대전유성경찰서는 무인점포에서 200만원어치 아이스크림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40대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B씨는 1월 28일부터 이틀간 두 차례에 걸쳐 유성구에 있는 한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훔친 혐의를 받는다.그는 물건을 담을 바구니까지 준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인점포 운영자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상대적으로 비싼 아이스크림을 훔쳐 200만원의 피해가 났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B씨의 추가 범행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서울 무인점포에서도 절도가 나타났다. 서울 마포구 무인 밀키트에서 절도 행각을 벌인 60대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3월 상습절도 혐의로 C씨(60)를 입건해 조사했다.

C씨는 3월 12일 오전 0시 30분께와 오후, 3월 11일 오후 4시·9시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마포구 대흥동의 한 무인 밀키트 전문 매장에서 계산하지 않고 제품을 가져간 혐의를 받는다. C씨가 훔친 밀키트는 약 40만원 상당으로 추정됐다.

밀키트 매장 점주는 의심되는 사람이 매장 앞을 지나가는 걸 CCTV로 확인하고 14일 오후 1시 55분께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용강지구대 경찰관들은 CCTV에 포착된 C씨를 대번에 알아봤다. 지난달 14일 이 매장 인근 편의점에서 들어온 신고로 추적 중이던 절도범과 동일 인물이기 때문이다. C씨는 올해 1∼2월 이 편의점에서 세 차례에 걸쳐 아이스크림 등을 총 약 15만원어치 훔친 혐의로 신고된 상태였다.

경찰은 밀키트 매장 인근 CCTV를 통해 C씨 동선을 추적해 C씨가 한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포착했다. 현장 출동 약 30분만인 전날 오후 2시 20분께 C씨를 건물 내 거주지인 고시텔에서 검거했다. C씨는 현장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훔친 음식은 다 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품뿐 아니라 현금도 절도 

일부 무인점포 절도범은 기계 내 현금까지도 훔쳤다. 

경기 용인서부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D군(18) 등 2명을 구속하고, 공범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D군 등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용인시, 화성시 일대 무인점포 16곳에서 현금 약 600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절단기로 계산대를 훼손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속된 D군 등 2명은 올해 초 수원시 무인점포 10여곳에서 500여만원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힌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기각했다. 경찰은 A군 등을 상대로 여죄가 있는지 수사 중이다.

부산 무인점포에서 가위로 결제 포스기를 뜯는 수법으로 현금을 도난당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7일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40분께 부산 진구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한 남성이 들어와 가위로 결제 포스기를 뜯고 현금을 털어 달아났다.

이 남성은 되돌아와 두고 간 가위를 가져가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남성의 범행은 내부 CCTV에 고스란히 찍혔는데 가게에 들어와 현금을 털어 나가기까지 불과 30여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남성은 모자, 마스크, 후드티로 얼굴을 가리고 장갑까지 착용한 상태였다.

경찰은 비슷한 시간대에 북구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현금을 도난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