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해수 "'오징어 게임' '야차'…글로벌 인기? 사명감 느끼기도"

2022-04-22 00:00

넷플릭스 '야차' 배우 박해수[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를 휩쓴 배우 박해수가 또 한 번 글로벌 시청자들과 만난다. 영화 '야차'를 통해서다. 당초 극장 개봉을 목표로 했던 '야차'는 코로나19로 넷플릭스 개봉을 선택했다. 주연 배우인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에 이어 차기작까지 넷플릭스로 소개하게 되었고 또 한 번 글로벌 흥행을 꿈꾸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야차'(감독 나현)는 스파이들의 최대 접전지 중국 선양에서 벌어지는 첩보 작전을 담았다. 일명 '야차'가 이끄는 국정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과 특별감찰 검사, 각국 정보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접전을 그린 작품.

지난 4월 8일 공개 후 3일 만에 1254만 시청 시간(넷플릭스 TOP 웹사이트 기준)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를 차지했으며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대만 등 총 45개국의 TOP 10에 올랐다.

배우 박해수는 극 중 선양지부 특별감찰 파견검사 한지훈 역을 맡았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였지만, 국내 굴지의 재벌 총수를 수사하다 국정원 법률보좌관실로 좌천되는 인물이다. 박해수는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선악을 넘나들며 한지훈이라는 인물을 보다 더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오징어 게임' 속 '상우'가 그러했듯, '야차' 속 '지훈' 역시 그의 숨결이 닿는 순간 관객들을 납득시키는 힘을 얻게 된다.

아주경제는 '야차' 공개 이후, 박해수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징어 게임' 이후 차기작을 공개하게 된 소감과 '야차'에 관한 비하인드 등을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은 박해수의 일문일답

넷플릭스 '야차' 배우 박해수[사진=넷플릭스]


'야차'의 어떤 매력에 반했나?
- '야차'의 가장 큰 매력은 한국형 첩보 영화라는 점이다. 세계적인 배우들이 등장해 거대 규모의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이 팝콘 무비로서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차'가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3위까지 올랐다. '오징어 게임' 성공 이후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를 거 같다
- 전 세계 시청자들이 '오징어 게임'을 사랑해주셨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지 않았나. 영화 '기생충' '미나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 작품들이 모여서 '야차'까지 관심을 얻은 것 같다. (시청자들이) 관심 있게 봐주셔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한지훈' 역을 처음 보았을 때는 어땠나?
- 자칫하면 고지식하고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중간중간 숨 쉴 수 있는 구멍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가 가진 올곧은 신념이나 가치관 사이에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려고 대본을 수정하기도 했다.

'한지훈' 캐릭터를 어떻게 접근하려고 했나?
- '한지훈'이 "정의는 정의롭게 지켜야 한다"라며 올곧은 신념을 보이지만 그 안에도 분명 인간적인 욕망은 있을 거로 보았다. 이 사람의 당위가 무엇인지 고민했고 인간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블랙' 팀에게) 끝까지 따라붙어야 하는 게 신념 때문인지, 원대 복귀를 위한 욕망인지 모를 사이에서 고민했다. 실제로 이런 사례, 모델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넷플릭스 '야차' 배우 박해수[사진=넷플릭스]


대만 배우 야오이티, 일본 배우 이케우치 히로유키와의 호흡도 인상 깊었다
- 저 역시도 그랬다. 야오이티 배우의 인상이 정말 강렬하더라. 의상, 메이크업하고 마주했는데 어마어마했다. 그 역할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연기 할 때도 즐거워했고 대사를 더 추가하기도 하면서 재밌게 장면을 만들어 갔다.

이케우치 배우는 자가격리가 생기는 시점이라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한 신을 위해 2주간 격리하고 이틀 동안 촬영한 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대단한 열정이었다.

'야차'는 '한지훈'과 '지강인'의 버디무비이기도 하다. 설경구와의 호흡도 중요했고. 박해수에게 설경구는 어떤 사람이었나?
- 이 답변만 1시간 동안 할 수 있겠다(웃음). 경구 형님은 제게 배우 이상의 존재다. 만날 수 있게 되어 영광이고 정말 '인연'이라는 느낌이다. '야차'를 통해 처음 만나 뵈었는데 지금까지도 참 좋아한다. 모든 배우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님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설경구가) 어떤 아픔도 잘 알고 안아주시는 분처럼 느껴졌다. 현장 밖에서 만나도 제 개인의 아픔이나 제 나이대에 겪고 있는 고민에 대해 들어주시고 함께 고민해주시는 분이다. 경구 형님을 만난 건 제 삶에서도 큰 복이 아닌가 싶다.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유수 시상식에 참여했는데
-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기 때문에 낯설고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 사이에서 (정)호연, (이)정재 선배님이 호명되니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고, 감사하더라.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그 자리가 편하지는 않았다. 어색하기도 하고(웃음). 여러 면에서 K-콘텐츠의 다음 주자에게 전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했고 사명감을 느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함께 찍은 사진이 화제였는데
- 제가 남들에게 '사진 찍자'는 소리를 잘하지 못한다. 그런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보는 순간 마구 설레더라. 제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연극을 했었는데, 그분이 영국에서 한 작품을 각색한 작품이었다. 같은 역할을 맡았기에 더욱 설렌 거 같다. 슬쩍 그 이야기를 꺼내며 다가가니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네가 더 잘했겠는데?'라고 하더라. '아니라고. 당신이 더 잘했다'라며 허그도 하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연극을 할 때 정말 멋지다는 인상을 받아서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 신기했다.

넷플릭스 '야차' 배우 박해수[사진=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실감하는 부분이었겠다
- 그렇다. 한국 콘텐츠와 배우를 필요로 하는 글로벌 팬들이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하고 영광이다. 미국에 있을 때 저를 알아보는 분들도 제법 있었다! 신기했다. 하지만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더라. 저를 악역이라고 생각하셨다(웃음).

K-콘텐츠의 부흥기를 이뤄낸 만큼 이에 대한 책임감 혹은 부담감을 느끼기도 하나?
- K 콘텐츠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기인 거 같다. 이전부터 우리나라의 많은 감독, 작가, 배우가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오고 있었다. 좋은 시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알려져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 '오징어 게임'이 미국 시장에서 자막 없이 작품을 보는 문화를 만들게 되었다는데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하더라. 책임감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이 나올 텐데 그의 다리 같은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글로벌한 작품을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우리가 가진 이야기, 소재, 상상력도 충분히 그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으니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야차' 이후로도 한국판 '종이의 집' '수리남'까지 넷플릭스 작품들이 줄줄이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
- 제가 지은 별명은 아니다. 인터뷰 도중 나온 이야기다. 어쩌다 보니 넷플릭스 작품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래도 부모님께서는 좋아하시는 거 같다. 연극 한다고 속상해하셨는데 이렇게나마 공무원 소리를 들으니 기분 좋으신 모양이다(웃음).

올 한해는 어땠나?
- 축복받은 한 해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또 건강하게 자라는 중이며, '오징어 게임'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았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신나는 일이 벌어졌고 행복한 해였다. 많은 걸 경험하게 됐고, 사람들도 만났다. 글로벌 스타라고 말해주시는데 아직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방향으로 미래 지향적으로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