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로 늘어난 아워홈 지분 매각, '경영권 분쟁' 가능성 낮은 이유

2022-04-21 16:51
라데팡스, '분쟁' 아닌 '조정'으로 풀어갈 가능성 높아

아워홈 지분 60%의 매각전이 시작됐다. 아직 실사도 하지 않은 터라 매각에 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 일각에서는 `남매의 난'이 재개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경영권 분쟁'보다는 '협력'의 모습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임시주총 당시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의 만든 안전장치는 과반이 넘는 지분을 장기간 무력화시킬 만큼 단단하기 때문이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 38.56%와 장녀인 구미현씨의 19.28% 등 아워홈 지분 57.84%의 매각 주간 업무를 수임했다. 매각 전 초반이라 특별한 매각 전략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 라데팡스 관계자는 "현재 평가 방식도 정하지 않았고, 실사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매각의 기초가 되는 자료들도 작성되지 않은 것이다.

아워홈은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셋째 아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창립한 회사다. 기업·공공기관·학교 등을 대상으로 한 위탁급식과 가정간편식(HMR)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아워홈의 대주주는 구자학 회장의 자제인 구본성, 구미현, 구명진 캘리스코 대표,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다. 이들 4명이 98%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있었던 '남매의 난'에서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승리하며 기존 대표이사였던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분 매각을 선언했다. 2017년부터 이어져온 5년간의 경영권 분쟁이 막이 내린 것이다. 

'아워홈 = 경영권 분쟁'이란 등식이 성립된 터라 이번 지분 매각도 '경영권 분쟁'으로 보는 시선이 상당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재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구지은 부회장, 아워홈에 철옹성 쌓아
 

(좌)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 (우)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출처= 아주경제 DB]


회사의 지분 가운데 과반 이상을 확보한다면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통상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본다. 하지만 아워홈은 다르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구지은 부회장을 해임시키려면 2/3 이상의 주식을 확보해야 한다. 이사의 해임은 상법의 특별결의사항이기 때문이다. 

이사의 선임은 가능하다. 하지만 아워홈 이사회에 빈틈은 없다. 지난해 6월 임시주총에서 구지은 부회장 등 아워홈 주주들은 이사 21명을 선임했다. 최악의 경우,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2년 가까이 아워홈의 경영에 참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적대적 M&A는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의 '한진칼 경영권 확보 실패'가 좋은 사례다. KCGI는 조원회 한진칼 회장보다 3~4% 이상 지분을 더 확보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사회 진입에는 실패했다. 

그나마 한진칼은 상장기업이라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주가라도 올라 투자금 회수(Exit)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반면 아워홈은 비상장이다. 
 
인수 후보, 어찌 됐든 사모펀드

아워홈의 주 사업인 '단체급식'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의 상징으로 꼽혔다. 많은 계열사의 급식 사업권을 오너 일가 회사에 몰아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분위기가 바뀌었다. 삼성·현대자동차·LG·현대중공업·신세계·CJ·LS·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집단이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통해 계열사와 친족 기업에 몰아주던 구내식당 일감을 외부에 개방키로 한 것. 많은 대기업들은 사업장 인근 중소·중견 급식 업체를 우선 고려하기로 했다. 이는 곧 급식 사업이 대기업의 업종과 멀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레 사모펀드들이 인수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그렇다고 사모펀드들에게 마냥 우호적인 딜도 아니다. 경영권 분쟁을 전제로 사모펀드가 지분을 인수할 경우, 향후 자금 모집이 어려울 수 있다. 사모펀드들은 투자자(LP) 모집 과정에서 향후 예상 수익률, 미래 현금흐름 등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불확실한 경영권 확보 계획으로 펀딩은 쉽지 않다. 

평판리스크도 잠재적인 위협요소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기본적으로 누구랑 싸우면서 들어가는 게 부담스럽다"며 "싸움이 승패도 문제지만 경영권 분쟁 운용사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향후 다른 건의 투자 유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아워홈을 향한 사모펀들의 관심은 상당하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 매각을 선언한 이후 이번 딜에 관심 있는 사모펀드 관계자들이 지난달 23일 열린 아워홈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주총장 근처를 배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워홈이 비상장사다 보니 주식을 인수하기 어려워 주총장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주변을 배회한 것이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매각주간사 능력
 

[출처=라데팡스파트너스]


이 같은 제약 조건들 속에 매각주간사인 라데팡스가 어떻게 조건들을 풀어낼지에 시장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라데팡스는 KCGI의 전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전 최고투자책임자(CIO)였던 김남규 대표와 신민석 부대표가 핵심 인력이다. 

라데팡스파트너스는 '특수한 상황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대주주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를 추구하는 KCGI와 대비된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KCGI의 키맨이 강성부 대표가 아니라 김남규 대표와 신민석 부대표였다는 의견도 상당히 많았다"며 "특히 김남규 대표는 삼자연합 형성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라데팡스 인력들이 적대적 M&A와 인연이 깊지만, 이번에는 '분쟁'보다 '조정'에 방점을 맞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구지은 부회장이 구축한 철옹성 △사모펀드의 펀딩 구조 △중소·중견 기업에 우호적인 급식 시장 환경 등이 두루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의향자들에게 마냥 구지은 부회장 임기 만료를 기다리라고 요구할 수 없다. 2년 뒤에 구지은 부회장이 물러날 것이란 보장도 없다. IB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와 대표이사가 다를 때 대표이사는 자기에게 부여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조치할 만한 게 굉장히 많다"며 "이를테면 유상증자 이후 자신에게 우호적인 백기사에게 지분을 줘버리면 상대편의 지분율이 확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지배 구조 문제만 풀어낸다면 아워홈의 지분가치는 상당히 인정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급식 시장 2위 기업의 다수 지분 인수 △향후 기업공개(IPO) 가능성 △물가 상승의 가격 전가가 쉬운 산업 구조 △2~3년 뒤 삼성웰스토리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 등 호재는 많다. 

IB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이 지분 인수하기 용이한 구조를 설계하지 않는 이상 이번 딜은 흥행하기 어렵다"며 "김남규 대표가 구지은 부회장과 바로 협상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