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토론회]"'중대재해 예방' 어디로 갔나...법률보완·정책지원 시급"

2022-04-21 15:14
아주경제·서울변회·한국헌법학회,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적 검토' 토론회
'개선방안' 놓고 "새 정부, 관련법 개정 나서야...현장] 상황 고려한 고민도"

아주경제와 서울지방변호사회, 한국헌법학회가 공동주최한 '새 정부 법조공약 평가 토론회'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행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중대재해처벌법이 본래 목적인 ‘중대재해 예방’ 측면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각계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한 관련법 개정과 보완이 새 정부의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떠오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주경제,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한국헌법학회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새 정부 법조공약 평가-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헌법적 검토’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종합토론 세션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먼저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 처벌에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법이 적용되는 현장에 대한 면밀한 이해에 기반해 법률 구성이 이뤄지지 못했으며, 이는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를 이루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장한지 아주경제 기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들에 대한 처벌 강화에 지나치게 방점을 두다 보니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안전 시스템에 허점이 생긴 것 아닌가 의문이 든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나 실효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만큼 새 정부는 중대재해 사고를 실질적으로 줄이도록 합리적이면서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 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헌법상 책임주의 및 평등 원칙, 명확성 원칙에 모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며 중대재해 예방 실효성을 높이고 법 적용 관련 소모적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속히 입법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기업 책임만 강조하며 법을 적용하기보다 현장 준비 상황을 고려한 정책 지원도 고민이 필요하며 예방 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새 정부에서 법률 보완이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대표적 문제점으로 꼽혀왔던 법률의 모호성에 대한 쓴소리도 여전했다. 한상준 대한건설협회 기술안전실 부장은 “우리나라 산재 발생률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므로 기업들 경각심을 높여 안전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할 필요성은 있겠다”면서도 “법이 모호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으므로 경영책임자 책임을 명확히 해 기업들이 무엇을 해야 하고, 하면 안 되는지 알 수 있도록 조속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입법단계에서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인과관계’ 문제도 재차 도마에 올랐다. 문성덕 한국노총중앙법률원 변호사는 “국내에서도 중대재해 인과관계 추정 조항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했고 외국의 기업 살인법 제정 출발점도 인과관계의 추정”이라며 “인과관계 추정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입증 책임을 조금이나마 완화해 입증 책임의 적정한 분담이 이뤄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일정 부분 반영한 결과인 만큼 기업들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윤수정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기업들은 안전강화를 기업규제라고 공격하며 법 적용 회피에 주력할 뿐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소극적인 것 같다”며 “안전을 비용 문제나 생산 지체 문제로 생각하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경영철학, 기업 생산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기업의 안전 홍보는 장식용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논란의 여지가 많은 만큼 법조계도 이와 관련한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운 분위기다. 윤형석 서울변회 법제정책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궁극적 목표가 산업재해 예방 프로세스 디자인을 통한 사고 발생 방지인 만큼 서울변회는 실효적 안전보건 체계를 갖추기 위한 범사회적 대책 강구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개별 기업별로 안전 관리에 취약한 요소, 예방책 등을 파악해 정부 지원을 발굴하고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도 조속히 검토 필요하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