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기업살인법'의 허상..."중대재해법 현실화하라"
2022-04-18 06:00
1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중대재해법에 대해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당선인 산업재해 감소 공약에도 하청업체의 안전 수준 의식을 높이는 등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 '기업살인법' 효과 미미..."경각심 고취"
영국은 늘어나는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7년 '기업과실치사법 및 기업살인법'(기업살인법)을 제정했다. 기업살인법은 산업현장에서 심각한 관리상 실책이나 부주의 등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업이나 정부 기관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한 것이다.기업살인법을 연구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연구원)은 '법 제정 전후 큰 차이가 없다'고 결론냈다. 2020년 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살인법 제정 전, 후의 10년을 비교한 결과 영국 건설산업 연평균 사고사망십만인율 감소율은 각각 2.6%, 3.3%로 나타났다. 사망사고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기업살인법의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英 '산재 예방 선진국' 된 계기는
2016년 영국이 산재 사망률 노동자 10만명당 0.53명을 기록할 때 한국은 그보다 18배가량인 9.6명(통계청 기준)을 기록했다. 영국이 산재 예방 선진국이 된 결정적 계기는 1972년 발표된 '로벤스 보고서'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보고서는 명령이나 통제로는 산재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사업장 자율안전관리 방식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보고서 결과를 반영한 것이 영국의 '보건안전법'이고, 이 법의 시행으로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사업장 안전보건체계를 확립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석·박사급 연구원 200여 명이 매일같이 산재 예방책을 모색하는 이른바 '산재 컨트롤타워' 영국 보건안전청(HSE)의 설립이다. HSE 안전감독관은 기업이 직접 안전지침을 만들게 해 자율성을 주는 한편, 문제가 생기면 수억원대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엄격하게 처벌한다. 처벌보단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중대재해법 현실화하라"
중대재해의 책임을 직접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묻고, 징역형의 하한까지 설정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안전관리에 힘쓴 기업인마저 잠재적 범죄자라는 신분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김상민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이례적인 입법례는 맞다"며 "대한민국은 산업안전보건법 조항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영역을 '처벌이 안 된다'고 보고 만든 것"이라고 전했다.송인택 중대재해처벌법 실무연구회장(전 울산지검장)은 "과실범의 성격이 짙은데도 법정형을 징역 45년까지 규정한 것은 과잉 입법"이라며 "법인 사업주가 부담하지 않는 의무를 경영책임자에게 부과해놓고 경영책임자의 잘못을 이유로 법인 사업주까지 벌금형으로 양벌하게 한 것도 헌법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