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도 넘은 동물 학대...'동물판 N번방' 여전한 솜방망이 처벌

2022-04-20 15:3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길 고양이 수십 마리를 잔인하게 학대하고 살해하는 이른바 ‘동물판 N번방’ 사건이 청와대 청원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좀 더 강력한 방안이 촉구된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탄 길고양이 학대범을 강력히 처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현재 게시물은 20일 오후 2시 기준 37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 시작 이틀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2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청원인은 “고양이 학대범의 범행 장소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 할머니 댁, 편의점과 본인이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 3층짜리 건물 공실 5곳 등 총 8개 장소”라며 “4월 16일 기준으로 고양이 사체가 50구 나왔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또 학대범의 범행 내용을 전하며 “고양이들이 잔혹하게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톱, 칼, 망치, 쇠봉, 찜솥, 그릴판, 버너, 세제, 장화, 우비 등 범죄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수십 개의 물건이 있다”며 “직접 현장에 가서 범인의 이동 동선과 선명한 핏자국들을 보면 도저히 눈 감고 넘길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제1의 고어방(고양이 학대방) 처벌이 약했기 때문에 제2 고어방이 생긴 것”이라며 “동물보호법 최고형은 얼마나 더 잔혹한 방법으로 많이 죽어 나가야 실행이 되느냐. 제2 고어방 처벌마저 또 가벼운 벌금형으로 끝나게 된다면 제3 고어방이 생길 것”이라며 ‘동물판 N번방’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했다.
 
현재 제1 고어방 주범은 1심에서 징역 4월 및 벌금 100만원의 집행유예를, 방장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실제 동물 학대 사례는 최근 들어 늘어나는 추세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9월 경찰청으로 제출받은 ‘최근 11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관련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위반 사건은 총 992건이며 1014명이 검거됐다. 1년 전과 비교해 사건과 검거 인원은 각각 8.5%, 5.4% 늘었다.
 

[사진=경찰청]

경찰이 검거한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은 2010년 78명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9년 962명에 달했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1000명대를 넘어섰다.
 
2019년 20~30대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눈여겨볼 사항이다. 2018년 59명이었던 20대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이 2019년 135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30대도 마찬가지다. 2018년 67명에서 2019년 146명으로 폭증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대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젊은 층이 많아지면서 반대급부로 동물을 학대, 유기, 상습 파양하는 일 또한 많아진 게 아니냐는 해석을 할 수 있다.
 
해마다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은 증가하고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은 여전했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의 절반도 안 되는 인원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고, 구속된 인원은 11년간 5명에 불과하다.
 
최근 동물 학대 사건들의 판례를 보면 수백만원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쳤다. 양형 기준이 없는 제도적 허점과 동물 생명권에 대한 사법기관의 안일한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청원인은 “이것은 단순 동물 학대가 아니다. 사회적 문제다. 동물을 죽이는 사람의 다음 타깃은 어린아이 또는 본인보다 약한 사람이 될 것”이라며 동물학대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학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끝으로 “지금 처벌이 약해서 나중에 사람까지 해하는 일을 막지 못하면 그제야 우리는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인식 변화를 주장했다.

한편 지난 5일 본회의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게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강화됐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법정 최고형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의 처벌이 나온다는 지적이다.
 

[그래픽=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