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해커 표적될라"... 한은 CBDC 실험 마지막퍼즐, '사이버장벽' 구축

2022-04-20 15:24
보안컨설팅 진행할 전문업체 물색
CBDC 시스템 보안취약점 최종 점검
주요국가·금융기관 CBDC 연구 박차

한국은행 현판[사진=연합뉴스 ]

한국은행이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막바지 단계로 사이버 장벽 구축을 연구한다.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고 유통하는 시스템이 담긴 만큼 보안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금 이용 감소, 블록체인 기술 발전으로 주요 국가와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CBDC를 연구하고 있다. 아직 CBDC를 정식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국가가 없는 만큼 실제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한국은행은 CBDC 시스템상 보안 사항을 점검하기 위해 컨설팅을 진행할 보안전문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CBDC 모의실험 과정에서 구축한 시스템에 대해 △소스코드 보안취약점 진단 △웹·앱 보안취약점 점검 △모의해킹 △중장기 과제 제언을 주제로 컨설팅받을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실제 해커가 사용하는 툴과 기법이 CBDC 시스템 내부에 침투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 CBDC 내 발권 시스템에 보안 취약점은 없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기술적 보안 외에도 CBDC 업무 과정 중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안대책을 수립하는 장기 과제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오는 6월 CBDC 모의실험 종료를 앞두고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CBDC 시스템은 디지털 화폐 발권력이 있는 만큼 전 세계 해커들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6월 모의실험이 끝나면 시중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과 확대 실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말한다. 현금 이용이 매년 줄어들고, 2010년 중반부터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암호화폐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공공 기반 디지털 화폐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에 주요 국가 중앙은행은 앞다퉈 CBDC 연구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은 CBDC 연구와 도입 작업에 상당 부분 진척을 보이고 있다. EU는 CBDC 도입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중국은 이미 CBDC 시범 운영에 나서면서 올해 가장 먼저 디지털 화폐를 공식적으로 사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시중은행도 CBDC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1일 LG CNS, 블록체인 기업들과 ‘CBDC 대응 파일럿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해 CBDC 유통·결제 기능을 검증하고, 전자지갑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해 자체적으로 CBDC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블록체인 기업 람다256과 손잡고 CBDC 시대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직 주요 국가가 CBDC와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식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술적인 부분도 점검해야 하고,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다방면으로 검토해야 해 단기간에 결정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