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검사들이 꼽은 '검수완박' 문제점 3가지..."억울한 사법피해자 양산"

2022-04-20 15:57
"부정부패 사건, 금융범죄 수사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사진=연합뉴스]

10시간 가량의 난상토론을 펼친 전국 평검사들이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우려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들은 "수사에 따른 이의제기를 하지 못해, 억울한 피해자만 양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전국 일선 검찰청 소속 평검사 207명은 전날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 입장문과 함께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생길 수 있는 실무상 문제점을 정리해 발표했다. 이들이 꼽은 문제점은 크게 3가지다.
 
"검수완박, 억울한 사법 피해자 양산할 것"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고, 검사는 경찰이 작성한 수사 관련 서류만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터라 '억울한 사법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범죄 피해를 당해도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할 수 없고, 경찰이 고소장을 반려하거나 접수를 거부하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에서 하지 못한 말을 검사 앞에서 이야기할 수도 없고, 검사는 당사자 사이에서 대질조사도 못해 억울한 사람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보여줄 수도 없다"며 "기소 여부를 경찰의 수사 의지나 선의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 결국 범죄가 있어도 처벌하지 못하는 정의롭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평검사들은 증거의 효용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검수완박 법안은) 경찰이 압수한 증거물을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해, 재판에서 유죄를 받기 위한 증거가 사라져 버릴 수 있다"며 "피의자나 피해자가 제출하는 증거물을 경찰이 반려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강제수사 문제, 인권침해 등 발생해도 손을 못써"
평검사들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나 편파수사 등이 발생해도, 검사가 해당 사건을 재수사할 권한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나아가 불법 구금이 발생했다는 의심이 들어도, 경찰이 검사의 석방 요구를 거절해도, 앞으로 검찰이 손 쓸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고도 우려했다. 

이들은 "부당한 편파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검사에게 말하는 방법밖에 없고, 시정해달라고 요청해도 경찰이 거부하면 검사가 피해자를 도울 방법이 없다"며 "억울하게 유치장에 구금돼 있어도 경찰이 '정당하다'고 보면 석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검수완박 법안은 구속된 피의자에 대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검사가 구속을 취소할 수 있는 인권보호 규정까지 없앴다"며 "구속된 피의자는 죄가 없어도 검찰에서 무조건 10일 동안 구금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사건이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도 고소인의 '이의제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검사는 고소인이 이의제기한 내용을 읽어볼 수 있지만,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부분에서 추가 수사를 요청하는지 모른다"며 "어떤 내용으로 보완을 요구할지 경찰에 알려주기도 어려워 고소인의 이의제기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부정 부패에 대한 수사,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은 결국 정치인들에 대한 대형 부정부패 비리 사건이나 공직부패 범죄, 금융기업범죄에 특화된 검찰 수사를 대안 없이 사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재 과중한 업무로 인해 장기미제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경찰로 이관된 부정부패 사건들이 수사의 적기를 잃어 아무도 모르게 잊혀지는 게 아닐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에서 보낸 사건은 누가 처리하게 되는 거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들은 "고소·고발 접수를 경찰에서만 할 수 있도록 개정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발하는 전속고발 사건은 검찰총장이 수리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어, 결국 공정위 고발사건을 처리할 수사 기관이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