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8곳 "안전 예산 늘었다···중대재해처벌법 개정 필요"

2022-04-19 14:00

국내 기업 10곳 중 8곳이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개정을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업들은 경영책임자의 의무내용과 책임범위의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국내 기업 36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안전관리 실태 및 중처법 개정 인식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중처법 제정 이후 안전에 대한 경영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실제 응답 기업의 69%가 '안전에 대한 경영자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고 답했다. 이는 중처법 제정과 함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기업 가치 평가의 중요한 척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설문에 응한 기업의 70.6%는 중처법 제정 전과 비교해 안전 예산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대기업(1000인 이상)의 83.8%, 중견기업(300~999인)의 78.3%, 중소기업(50~299인)의 67%가 안전 예산을 확대했다고 응답했다. 기업이 중처법을 준수하는 데 인력과 예산이 추가로 발생해 규모와 관계없이 기업들의 안전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중처법 제정 전과 비교해 안전 예산의 증가율은 기업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응답 기업의 절반이 넘는 52%가 '50~20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규모별로 대기업은 '200% 이상', 중견기업은 '50~100% 미만', 중소기업은 '25% 미만' 응답이 가장 많았다.

증가한 예산의 투자항목은 '위험시설·장비 개선·보수 및 보호구 구입 비용 확대'(45.9%), '안전보건 전담조직 설치 및 인력확충'(40.5%)으로 나타났다. 중처법 제정 전과 비교해 예산에 변화가 없는 이유는 44.4%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한 재정적 한계', 31.5%는 '안전관리가 충분히 잘되고 있어서'를 꼽았다.

중처법 제정 전과 비교해 안전 관련 인력의 변화는 41.7%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보다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인력 증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증가한 인력은 전체 평균 2.8명이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 6.9명, 중견기업 2.3명, 중소기업 1.8명으로 대기업의 인력 증가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다. 안전 관련 인력 채용·운용 시 애로사항은으로 '안전관리 인력 수요 증가에 따른 인건비 부담 심화'(58.3%), '현장에서 필요한 만큼의 안전자격자 공급 부족'(47.1%)이라고 답했다.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은 '인건비 부담 심화'(66.3%), 중견기업은 '안전자격자 공급 부족'(50%), 대기업은 '현장에서 필요한 수준의 안전관리 역량 부족'(51.4%)을 가장 많이 답변했다.

또 안전투자에 어려움이 있는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선 2024년 1월 27일부터 중처법이 본격 적용되는 만큼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처법 개정 필요성 질문에는 기업 10곳 중 8곳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법률이 모호하고 불명확해 현장 혼란만 가중'(66.8%), '기업과 경영자가 노력해도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54.7%)가 이유였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ESG(환경·사회·투명) 경영 등의 사회적 분위기와 중처법 제정으로 안전에 대한 경영자의 인식이 제고되고 안전투자를 늘린 기업이 많아지는 등 경영자들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많이 애쓰고 있다"며 "중처법의 과도한 처벌수위를 완화하고 의무내용을 명확히 하는 등 신정부에서 법률과 시행령 개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