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검수완박' 반대 김오수 사퇴 하루 만에 '집단지도체제' 논의

2022-04-18 16:06
박성진 대검 차장·고위급 간부들 중심
"극단적 상황 이르게 된 만큼 당연한 결과"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로비에 전국고검장 회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에 반대해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퇴한 지 하루 만에 박성진 대검 차장과 고위급 간부들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 전환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18일 아주경제에 취재에 따르면 김 총장 사퇴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전국 고검장 회의에서 김 총장 공백 상황에 대한 후속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사실상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된 것이다. 집단지도체제 최대 장점은 김 총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한 뒤 흐트러진 검찰 조직을 단기간에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안 발의 등 과정을 통해 민주당과 검찰 간 대치는 ‘치킨게임’ 양상을 보였다”며 “(김 총장 사퇴로) 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게 된 만큼 대검 차장을 중심으로 의사 협의체를 꾸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1인 체제는 ‘검사동일체’와 ‘상명하복’ 원칙을 토대로 광복 이후 60년간 이어져온 검찰의 의사 결정과 조직 운영 원리였다.
 
그러나 2005년 당시 정상명 검찰총장 내정자가 자신의 사법시험(17회)·사법연수원(7기) 동기인 임승관 부산고검장을 대검 차장에, 안대희 서울고검장과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는 방안을 인사권자인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 협의하면서 검찰에 집단지도체제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당시 정 내정자 구상은 검찰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의 미래상 제시 등에 집중하고, 실질적인 수사 지휘와 조직 운영 권한은 대검 차장과 일선 검사장에게 대폭 이양하겠다는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2019년 검찰총장이던 당시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했다. 체제 출범 후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동기인 23기 검사장들을 검찰 내 핵심 보직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 오인서 서울북부지검장, 조상철 서울서부지검장 등이 대표적이다. 동기가 총장에 올랐을 때 옷을 벗던 검찰 내 관행과는 달랐다.
 
당시 법조계는 검찰 조직 안정을 위한 인사 단행과 내부 동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단지도체제를 공고히 구축하겠다는 윤 총장의 의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한편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출근했다.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있는 고검장들은 문 대통령과 김 총장 간 면담 결과를 지켜본 뒤 입장을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