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인수위가 추진하는 배드뱅크 '명과 암'
차기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를 관리하는 ‘배드뱅크’ 설립을 화두로 꺼내들었지만, 아직 부실채권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차주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최근 배드뱅크 설립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내건 '외환위기 당시 긴급구제식 채무 재조정 추진' 공약의 일환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최근 "소상공인진흥공단·정부·은행이 공동 출자하는 일종의 배드뱅크를 만들어 주택담보대출에 준하는 장기간에 걸쳐 낮은 금리로 대출을 상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배드뱅크'란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채무 재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전문기관을 의미한다. 시중은행 등 금융사가 보유한 개인사업자대출 채권 가운데 부실 징후를 보이는 채권을 사들여 채무자의 상황에 따라 원금을 일부 탕감해주거나 이자 면제, 장기 분할 상환 등의 방식으로 연착륙을 지원하는 구조다. 현재 국내에선 자산관리공사(캠코)와 은행권이 설립한 유암코(UAMCO, 연합자산관리)가 일종의 배드뱅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KOSI)도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소상공인 부채가 증가한 것은 단순히 코로나19에 따른 게 아니라,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며 "정부 출자와 시중은행 출연금으로 배드뱅크를 조성한 뒤 소상공인 부실채권 인수와 채무 재조정을 통해 한계 소상공인의 폐업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배드뱅크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설립을 둘러싸고 가장 크게 직면한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점이다. 아직 부실채권 규모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설립 논의가 구체화되면, 결국 금융권 손해로 전가될 수 있다.
또 정치권 압박에 따른 코로나 대출 유예로 부실채권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피해를 입어 대출 만기 연장·원리금 상환 유예 등 지원을 받는 대출 잔액은 올해 1월말 기준 133조4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올해 3월을 기해 '질서 있는 정상화'에 나서겠다며 지원 종료를 시사했지만, 결국 지원 시한은 9월로 또다시 연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