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 상방리스크 여전히 커…통화정책 선제적으로 운용해야"

2022-04-17 12:00
17일 '고인플레이션에 대응한 통화정책 운용' 보고서 발표
"중앙은행 적극적 대응이 중기적 시계서 물가안정에 도움"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최근의 고물가 상황에 대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까지 직접 나서 심각성과 대응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물가안정을 위한 한은 기준금리 인상 역시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한국은행은 ‘고인플레이션에 대응한 통화정책 운용’ 제하의 BOK이슈노트를 통해 “앞으로의 물가전망에 있어서 상방리스크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이에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적극 도모해 경제 주체들의 물가 불안 심리를 완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미국과 EU, 영국 등 주요국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기준 7%에서 높게는 8.5%까지 치솟은 상태다. 한국의 물가상승압력도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1% 수준을 기록했고 향후 1년 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8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오형석 한은 통화신용연구팀장은 이 같은 물가 상승 배경에 대해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재정·통화정책 완화로 유동성이 확대됐고 이에 힘입어 최근 경기와 고용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여기에 글로벌 공급제약까지 발생하는 등 수요와 공급이 모두 물가 상승 주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높은 물가 오름세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풍부하게 공급된 유동성이 당분간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큰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봉쇄조치 등으로 인한 공급병목 현상이 더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여기에 국내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국내 소비 회복 시 물가상승압력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한은 측 시각이다.
 

통화정책의 인플레이션 대응 정도별 물가상승충격 발생 시 파급효과[표=한국은행]


한은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이 중기적 시계에서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한 핵심 요인이라는 점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에 적극 대응할수록 물가가 균형 수준으로 빠르게 수렴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은은 수요·공급충격이 동시에 발생해 물가상승압력이 증대되는 상황 속에서 거시경제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불안정한 기대인플레이션에 물가지속성이 높아질수록 물가상승 압력이 상당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물가 오름세가 심화된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적극 대응에 나설수록 중장기 시계에서 물가가 조기에 안정돼 경기둔화 압력이 여타 시나리오에 비해 빠르게 축소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 같은 물가 급등세가 당초 예상보다도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향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여지가 높아지게 됐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 역시 민생을 위한 물가안정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오고 있는 만큼 한은의 통화정책에 힘이 실릴 여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15일 인수위 측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고물가 상황 등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정책 제언과 향후 방향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