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레이 징둥 새 수장, '첫 난관' 넘을까

2022-04-17 05:00
"공급 차질 없다더니..." 징둥, 배송 지연 논란
쉬레이, 난관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

[사진=웨이보 갈무리]

'모든 사랑을 저버렸다(辜負每一份熱愛)', '징거(京鴿)'...

최근 중국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던 키워드로, 모두 중국 2대 전자상거래기업 징둥(京東·JD)을 겨냥한 단어다. 전자는 '모든 사랑을 저버리지 않는다(不負每一份熱愛)'라는 징둥의 기업 슬로건에서 변형된 것이며, 후자는 ‘징둥에 바람맞았다(被京東放鴿子)’를 축약한 단어다.

최근 징둥이 상하이에서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한다고 나섰다가 뭇매를 맞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이 봉쇄 장기화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 화살이 징둥을 향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최근 류창둥 징둥 창업자를 대신해 징둥을 이끌 새 수장이 된 쉬레이의 자질 부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공급 차질 없다더니..." 징둥, 배송 지연 논란
이번 사건의 발단은 상하이 봉쇄로부터 비롯됐다.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상하이 봉쇄가 장기화되면서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상하이 곳곳은 3주 가까이 봉쇄된 상황이다. 상하이 방역 당국이 각 가정에 식자재 등을 무상 배급하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갇힌 주민들은 여전히 식량과 생필품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쉬레이 CEO는 최근 위챗 모멘트를 통해 '상하이 공급 보장'을 외치며 상하이에 1600만건 이상의 생필품을 제공해 상하이 주민들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고 중화망이 보도했다. 봉쇄로 식료품, 생필품 부족 현상이 극심한 가운데 징둥이 직접 나서서 공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의 '주문'이 징둥으로 몰렸고 이들은 징둥 덕분에 식량과 생필품 부족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들의 희망은 얼마 가지 못해 산산조각이 났다. 현실은 봉쇄조치로 물류 차질을 빚게 되면서 배송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3일에 시켰는데, 15일 현재까지도 배송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익명의 상하이 시민은 중국신문망에 "22일에 배송된다고 배송조회에 쓰여 있지만 이조차도 믿을 수 없다"며 "봉쇄로 물류 차질을 빚었다고 해도 알리바바 티몰에서 시킨 건 바로 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징둥이 상하이에 공급 문제를 차질 없게 진행하겠다고 밝혀 주문한 건데 감감무소식"이라며 "쉬레이가 사람들의 아픔을 더 후벼 팠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쉬레이 CEO가 징둥의 새 수장이 된 후 첫 난관을 마주한 모습이다. 쉬레이는 8일 밤 위챗 모멘트를 통해 상하이에 특급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배송 차질 문제를 해결했다며 조만간 주문한 것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지만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매체 매일경제신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쉬레이가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쉬레이 징둥 최고경영자(CEO) [사진=바이두 누리집 갈무리]

 
◆포스트 징둥을 이끌 쉬레이는 누구?
지난주 쉬레이의 CEO 임명 소식은 중국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궜었다. 징둥 창업자인 류창둥이 지난 7일 CEO직에서 물러나면서 중국 3대 전자상거래기업 1세대 창업자들의 세대교체가 모두 이뤄졌다. 앞서 2019년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은퇴하면서 장융 CEO에게 회장 자리를 넘겨줬으며, 황정 핀둬둬 창업자도 지난해 돌연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후임으로 천레이 핀둬둬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맡았다. 

사실 장융이나 천레이와 달리 쉬레이와 관련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심지어 생년월일, 출생지, 학력 등 간단한 개인정보조차도 공개되지 않았다. 2007년 시장마케팅 고문으로 징둥에 첫발을 디딘 쉬레이는 2009년 1월 정식 입사해 징둥상청의 시장마케팅부 책임자와 온라인업무부 책임자, 징둥그룹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징둥소매의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지난해 9월 징둥그룹의 총재로 승진했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쉬레이가 징둥의 새 수장이 되면서 그와 관련된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쉬레이는 징둥 이인자 자리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쉬레이는 2009년 징둥물류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하다가 개인적인 이유로 2011년부터 잠시 징둥을 떠났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3년 다시 돌아와 2014년부터 징둥상청 수석 부사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당시 그는 류창둥의 눈에 들지 못했었다. 그런데 2016년 차기 징둥그룹 CEO 1순위로 꼽히던 천하오위가 돌연 미국행을 선택하면서 징둥에서 쉬레이의 입지가 넓어졌다. 이후 2018년 징둥그룹이 로테이션 CEO 제도를 도입하면서 쉬레이 징둥그룹 CMO가 초대 CEO를 겸임하게 됐다. 

쉬레이의 진가는 2019년부터 발휘됐다. 2018년만 해도 징둥은 24억 위안의 적자를 냈을 뿐 아니라 징둥닷컴의 사용자 증가율도 둔화세를 이어가는 등 부진한 성적을 거뒀었다. 하지만 그가 CEO가 겸임한 이후 온오프라인 연계를 강화한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수를 늘리고 지방도시의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징둥은 점차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3년간 징둥의 연간 성장률은 25~29%에 달했으며, 활성화 이용자 수도 2배 가까이 늘었다. 

쉬레이는 류창둥의 전략을 뒤따라갈 방침이다. 그는 최근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류창둥 회장은 지난 19년간 징둥을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 기술 및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시켜왔고, 바른 길로 성공해 100년을 이어가는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의 '백년기업 정도성공(百年基業 正道成功)'이라는 기업 가치관에 따라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류창둥의 전략을 고수하면서 징둥이 지속적으로 고품질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