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차 맞고도 변이 감염됐는데…4차 접종, 실효성 있을까

2022-04-13 16:25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60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 시행 계획을 밝혔다. 특히 치명률이 높은 80세 이상 연령층에는 4차 접종을 적극 권고했다.

정부는 추가 접종이 위중증·사망 예방에 효과가 있다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3차 접종 완료 후에 오미크론 새 변이에 감염된 사례가 발생하는 등 돌파감염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앞선 2·3차 접종으로 중증화율이 낮아진 만큼 반복적인 백신 접종보다는 치료를 중심으로 한 대응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60세 이상 위중증·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이 연령층을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시행한다고 13일 밝혔다. 4차 접종 대상자는 60세 이상(1962년 이전 출생자) 중 3차 접종 후 120일(4개월)이 지난 사람이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서 3차 접종 효과가 감소해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비율과 사망률, 중증화율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확진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이달 첫째 주(4월 3~9일) 20.1%를 기록했다. 최근 위중증 환자 중 약 85%, 사망자 중 약 95%가 60세 이상 연령층에 집중돼 있으며, 특히 사망자 중 80대 이상이 약 64%를 차지했다.

4차 접종은 당일 접종이 14일부터 가능하다. 카카오톡·네이버에서 잔여 백신을 예약하거나 의료기관에 전화해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접종하면 된다.

예약접종은 오는 18일부터 사전 예약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며, 접종은 25일 시작된다. 인터넷 이용이 어려우면 대리 예약과 전화 예약도 가능하다.

접종 대상자는 전국 위탁의료기관에서 mRNA 계열인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다. 다만 mRNA 백신 금기·연기 대상자이거나 노바백스 백신 접종을 희망하면 노바백스 백신으로 4차 접종을 할 수 있다.

◆방역 해제·돌파감염에 접종 동력↓

정부가 4차 접종 계획을 내놓았지만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백신 접종을 요구했던 방역 패스는 해제됐고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해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방역 조치가 이미 완화됐으며, 3차 접종까지 마쳤지만 돌파감염이 발생하는 등 백신접종 동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집계한 '코로나19 확진자 중 미접종자·1차 접종자 비율'에 따르면 접종 미완료 확진자 비중은 지난 3월 한 달간 매주 감소했지만 2~4차 접종을 마친 확진자가 감염되는 이른바 '돌파감염' 비율은 매주 높아졌다. 돌파감염 비율은 3월 첫째 주 92.8%→둘째 주 93.0%→셋째 주 93.3%→넷째 주 93.5%였다.

3차 접종을 마친 코로나19 확진자는 3월 셋째 주부터 전체 확진자 중 60% 이상을 차지했다. 또 셋째 주부터는 4차 접종을 마친 코로나19 확진자도 확인됐다. 전체 확진자 중 4차 접종을 마친 비율은 3월 셋째 주 0.1%, 넷째 주에는 0.3%였다.

더구나 국내외에서 주목하고 있는 코로나19 오미크론 재조합 변이 'XL'에 확진된 국내 첫 사례가 3차 접종 완료자인 것으로 확인돼 백신접종 동력이 더욱 상실되는 모양새다. XL 재조합 변이 감염자는 지난달 23일 전남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40대 남성으로, 감염자는 3차 접종까지 완료했으며 증상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4차 접종 효과 분명" vs "반복적인 접종 불필요"

정부는 4차 접종이 뚜렷한 중증·사망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립감염병연구소는 58∼94세 요양병원 입원자 74명을 대상으로 4차 접종 효과를 분석한 결과 4차 접종 후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중화능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
3차 접종 후 4개월 경과자와 비교했을 때 4차 접종 2주 후에는 항체가가 2∼2.5배 늘었고, 4주 후에는 이보다 6.4∼7.4배까지 늘었다고 추진단은 설명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하위 계통인 BA.2(스텔스 오미크론)에 대한 감염 예방 효과는 2·3차 접종에서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오미크론을 타깃으로 한 백신은 아직 없는데 다만 오미크론 변이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되기 때문에 기존과 동일한 백신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감염병 전문가는 중화 항체가 증가만을 위한 반복적인 접종은 비과학적이며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파력은 높으나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 특성을 고려해 예방보다 치료를 중심으로 하는 대응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화항체가를 조금 높여 일부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많은 이들을 접종시키는 것은 실이익이 떨어진다"며 "접종 비용 문제뿐 아니라 접종 후 탈모, 심근염 등 백신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며 의학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앞선 2·3차 접종 후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아주는 'T세포'가 체내에 유지되는 상태라면 이제는 예방보다는 감염 초기에 신속히 치료하는 것이 해법"이라며 "치료제 처방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