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후보자] 고액 보수·부동산 논란…청문회서 해소하나

2022-04-13 08:00
"청문회에서 숨김 없이 다 말씀드리겠다"
민주당, 국민 눈높이 앞세워 청문회 준비

여·야가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한 후보자는 고액 보수와 이해충돌, 부동산 소유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어 철저한 검증이 예상된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지난 7일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지 4일 만이었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는 인사청문 요청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인 오는 26일까지 인사청문을 마치고, 경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보고서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효력이 있다.

◆김앤장·에쓰오일 고액 보수 논란···"청문회에서 설명"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유대길 기자]

한 후보자는 공직 퇴임 후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에쓰오일(S-OIL) 사외이사로 일했다. 다만, 이때 받은 보수가 적지 않아 전관예우 의혹이 일었다.

김앤장에서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4년 4개월간 고문으로 일하면서 18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후보자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자료를 명확하게 사실에 기초해 잘 만들어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료 제출 후) 청문위원들과 언론에서 검증·질문할 텐데 그때 하나도 숨김없이 다 말씀드리겠다"며 "지금 단계에서 뭐 하나 가지고 '뭡니까', '어떻습니까' 이러면 전체 프로세스 진행이 안 될 것 같다.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앤장 고문 이력은 과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사태와 관련해 사적 관여 의혹도 낳고 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2003년 약 1조3000억원을 들여 외환은행 지분 51%와 경영권을 획득했다. 이는 헐값 매입이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외환은행이 금융감독원에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전망치를 낮춰서 보고해 가능했던 것으로 추후 드러났다.

당시 김앤장은 론스타의 국내 법률대리인이었고, 한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정책기획수석·경제수석을 지낸 후 김앤장 고문으로 있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일부 시민단체는 한 후보자에 대해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약 1억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매각을 은폐한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론스타 문제는 국가 정부의 정책집행자로서 관여한 적이 있지만, 김앤장이라는 사적인 직장에서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문회에서 질문을 주시면 설명하겠다"고 했다.

에쓰오일에서는 최근 1년간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약 8000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해 3월 30일부터 3년 임기로 맡은 에쓰오일 사외이사직을 '일신상의 사유'로 이달 1일 자진 사임했다. 에쓰오일은 지난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지시스템에 이 같은 내용을 공시했다.

그는 역시 출근길 취재진 질문에서 "별로 얘기할 게 없다"며 모든 대답을 청문회로 미뤘다.

◆종로구 소유 주택, 매입·임대 관련 의혹 난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한 후보자는 이해충돌 의혹도 받고 있다. 그가 통상산업부 차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역임할 당시 서울 종로구 자택을 사들인 후 미국 통신업체 AT&T와 정유사 모빌(현 엑손모빌) 자회사 모빌오일코리아에 임대한 사실 때문이다.

해당 주택은 종로구 신문로1가 소재 지하 1층~지상 3층짜리로, 임대 시기는 1989~1999년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한 후보자의 공적인 입지가 사적인 이익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후보자는 "직무 수행 과정에서 해당 회사들의 이해관계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1960년대 건축된 주택을 1989년에 매입했고, 10년간 임대 후 1999년부터 23년째 거주 중"이라며 "평생 1주택을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계 기업 2곳에 주택을 임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임차인 선정 및 계약 등은 모두 중개업소에 일임했다"며 "해당 회사 관계자와 개별적으로 접촉하거나 만난 사실이 아예 없다"고 강조했다. 임대 수익을 투명하게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임대 금액 등 조건도 인근 시세를 고려해 중개업자의 권유에 따라 임차인의 제안을 수용했을 뿐, 어떠한 부당한 이익도 취한 사실이 없다"고 못박았다.

한 후보자는 이 주택을 장인에게서 3억8000만원에 사들인 후 계속 소유했다. 최근 재산 신고에서 주택 가액을 25억4100만원으로 써냈다.

그러나 매입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후보자는 당시 기존에 살던 압구정 아파트를 판 돈과 외국계 기업이 낸 월세 선금을 합쳐 이 주택을 매입했는데, 외국계 기업들이 3년 치 월세에 해당하는 3억원을 선지급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지난해 이 주택을 약 100억원에 매물로 내놨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 7일 인사 검증 3대 기준으로 직무역량, 공직윤리, 시민 검증을 내세웠다. 기존 7대 원칙(세금 탈루·불법적 재산 증식·위장 전입·연구 부정행위·병역 기피·음주운전·성 관련 범죄)에 공직자 이해충돌, 사회적 윤리, 갑질 특혜 시비, 혈연·지연·학연 등 네트워크 부조리 등을 추가한다는 구상이다.

청문회 기조는 △국민과 함께하는 청문회 △직무 적합성을 제대로 검증하는 청문회다. 슬로건은 '능력과 자질, 국민이 예스(YES)해야 패스(PASS)'로 정했다.

청문회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은 민형배 의원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 뜻대로 철두철미하게 검증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동의를 얻지 못하면 어떤 경우도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어울리지 않으면 반드시 낙마시킬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