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플레이션 공포] 치솟는 생계형 소상용차 가격 1000만원대 차량이 사라진다

2022-04-13 05:00
업계, 원자잿값 급등에 인상 서둘러
장기화 땐 中 저가차량에 잠식될 듯

자동차 가격이 치솟는 이른바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면서 저소득층의 자동차 구매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특히 서민 생계형 차로 불리는 소형 상용차마저 가격 인상에 합류하며 1000만원대에 구입 가능한 차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카플레이션 장기화에 서민용 저가차 시장을 중국산이 잠식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과 1년 이상 이어진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에 완성차 제조사들마다 차량 가격 인상을 서두르고 있다.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부터 생산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음에도 수요가 폭증하는 공급자 우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수익성이 낮은 경차나 소형 세단 비중을 줄이고 대당 이익률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프리미엄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생계형 차종으로 불리는 경소형 상용차는 선택 폭이 크게 좁아졌고 가격 상승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1분기를 끝으로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를 30년 만에 단종했다. 그동안 수익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의 발’을 외면하지 말라는 시장 요구로 인해 단종 계획을 번복해오다 끝내 생산을 중단했다. 그 덕분에 다마스와 라보 수요는 소형 상용차인 현대차 ‘포터’로 옮겨갔으며, 포터는 지난해 9만2218대 판매량을 올리며 내수 판매 1위까지 꿰찼다.

그러나 포터는 2022년식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트림별로 1804만~2366만원을 책정해 2021년식(1694만~2276만원)보다 가격이 110만~90만원 올랐다. 인상률은 최대 6.5%다. 지난해 전체 차량 가격 인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기존 포터 연식변경 모델이 1~2% 인상 수준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세 배 이상 치솟았다.

기아 2022년식 ‘봉고’는 포터보다 더 비싸졌다. 직전 모델인 2020년식은 등급별로 1529만~2219만원이었지만 2022년식은 1674만~2364만원으로 최대 9.5%, 145만원 올랐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포터와 봉고가 지니는 생계형이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원가 상승 압박에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진단이다. 카플레이션이 국내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 추세이기에 서민층의 구매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인상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완성차 업체들마다 심각한 출고 적체를 겪고 있기 때문에 생존 차원에서 고수익 차종을 더 많이 팔겠다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면서 “기아가 동희오토를, 현대차가 광주글로벌모터스를 통해 경차를 생산하는 것과 같이 카플레이션 장기화는 저가 차량 생산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산 저가 차량이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우링훙광과 같이 초저가 전기차가 국내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시장에서 중국산 자동차에 대해 품질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기술적 격차가 많이 좁혀진 만큼 저가 공세에 나선다면 시장 잠식이 충분히 가능할 부분”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자동차 1t 트럭 '포터' [사진=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