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사업 접었다...코로나에 흔들리는 여성기업
2022-04-11 05:00
#. 경기도 수원에서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사업을 운영했던 여성기업 A사는 지난해 초 사업을 접었다. 코로나19로 해외길이 막힌 후 주 고객층인 외국인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탓이다. 여성기업 대출 혜택을 받기 위해 노력도 해봤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까다로운 지원 조건에 이내 포기했다. 코로나 이전 A사는 직원 20명을 고용하고, 연간 매출이 평균 30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 김모 사장은 “팬데믹 이후 첫날 매출이 90% 가까이 떨어지다 0원이 찍힌 뒤론 더는 희망이 보이지 않아 사업을 접었다”며 “여성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알아봤지만, 정책만 달콤할 뿐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 서울 서초구에서 17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여성기업인 박모씨는 코로나 이후 줄어든 매출을 회복하지 못해 폐업을 고민 중이다. 박모씨는 30명이 넘는 직원들을 생각해 2년의 힘든 시기를 버텨왔다. 하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에 빚만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박모씨는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책 대부분 고용원이 있는 기업은 외면하고 있어 대출 금리 혜택이나, 손실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의 40%에 육박하며 국가 경제 성장에 동력이 되는 여성기업이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각종 노동·환경 규제가 겹치는 등 겹악재에 시달리면서다. 특히 여성기업계는 도소매업이나 서비스업 등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의 비율이 높아 그 피해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여성경제연구소가 여성기업확인서 발급업체 1072개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피해현황 및 애로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 94.4%가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을 묻는 말에는 ‘영업활동 애로’를 꼽은 응답자가 66.0%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계약 취소’(48.5%), ‘내방객 감소'(38.3%)’, ‘예약 및 전시 등의 취소’(37.3%) 등 순이었다.
또 응답자 14.2%는 코로나19에 따른 정부 지원을 받았지만, 이 중 78.3%는 대체로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로는 ‘기존 대출금이 있거나 기타 사유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함’(32.9%)과 ‘지원신청을 했는데 지원 결정이 늦어져 대기 중인 상태가 지속’(30.3%)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81.3%였다.
중소벤처기업부 한 해 예산 10조원 중 여성기업에 대한 예산은 80억원 수준이다. 정책자금, 연구개발, 금융 등의 투자 지원제도 수혜율마저도 평균 10%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에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최근 중기부 내 여성기업 정책실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정책제안서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경협은 “단순 중소기업정책으로서 여성기업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기업만 담당하는 전문적인 총괄 조직을 마련해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환경에 맞춰 실효성 있는 여성기업 정책들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