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병운 칼럼] "'보아 뱀'의 M&A"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하기)
2022-04-11 18:02
인수합병(M&A)은 기업행위 중에 그 의미나 영향이 가장 중차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신기술의 등장과 시장의 글로벌화, 그리고 경쟁 심화로 인해 M&A 행위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M&A 활동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인수하거나 중소기업이 중소 규모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소규모기업이 대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는 드물기도 하거니와 딜의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M&A를 '어린 왕자'에 나오는 자기보다 몸집이 몇 배나 큰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 이야기에 빗대기도 한다.
이러한 딜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자금력이 가장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소규모 기업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이런 측면에서 대기업 인수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둘째는 인수 후 대기업을 경영하여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능력 또는 이에 대한 시장의 인식에 관한 문제다. 기업 경영의 각 영역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차이는 작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직원 수, 노조, 기업문화, 이해관계자의 수, 규제 환경 등의 차이는 인수 후 통합과 가치 제고에 큰 난관이 되기도 한다.
반드시 그렇진 않다. 대기업을 인수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와 함께 사업의 비약적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다. 두 회사가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결합해 상호 보완적인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기업가치를 크게 제고할 수도 있다. 또 새로운 지역이나 해외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할 수도 있다.
'보아 뱀의 M&A'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려움을 완화·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믿음직한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다. 통상적인 M&A 딜에서 인수자의 우군으로 등장하는 기관은 사모펀드(PE), 재무적 투자자(FI), 전략적 투자자(SI) 등이 있는데, 작은 기업이 대기업을 인수하려 할 때에는 특히 이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나아가 인수금융(Leveraged Finance) 주관기관도 그 역할이 더욱 커진다.
우선 PE 운용사는 연기금, 공제회 등 투자기관들을 대상으로 사모펀드를 조성··운용하여 펀드 만기에 투자금과 수익을 돌려준다. 따라서 투자기업의 가치를 제고하여 시의적절하게 회수(Exit)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다. 이 점을 감안하여 투자구조를 준비하고, 유력한 PE 운용사를 우군으로 확보해야 한다. 딜의 성공까지 문제가 없도록 의사소통을 활발히 하고 서로 확약서를 교환할 필요가 있다. PE 운용사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들을 직접 확보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우군으로 같은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다른 기업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이때는 이해관계 조정이 가장 중요하며 지분구조와 지배구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컨소시엄(Consortium) 성공의 관건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수금융 주간기관을 우군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대기업이 M&A 딜을 할 때는 그 대기업 자체의 신용도가 인수금융에도 영향을 미쳐 주간사의 역할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인수할 때는 그 중소기업의 신용도가 약해 주간 금융기관의 영향 및 역할이 매우 크다. 주간기관은 주로 은행이나 대형 증권사들이 하게 되며 인수금융 총액에 대해 인수 확약(Underwriting Commitment)을 하므로 M&A 딜에 대한 면밀한 사전 검토가 이루어진다. 인수금융의 규모, 심사 의견 등이 자본 투자기관들의 의사 결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은 기업이 대기업을 인수하는 소위 '보아 뱀의 M&A'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자금'과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인수의 타당성과 경영 능력을 이해관계자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사전 준비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