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러시아發 수산물값 폭등 속 '대게' 반값 된 사연은?

2022-04-07 15:42
우크라 침공으로 폭등 예상과 달리 때 아닌 대게 반값 대란
중국 공급 예정 물량이 국내로 다량 유입된 게 가장 큰 요인
우크라 침공 장기화와 러 수출 금지 품목 제외되며 가격 정상화 될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1일째 이어지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저렴해진 대게 값으로 때 아닌 대게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5일 노량진 수산 시장에 따르면 3월 첫 주 대게 경매가격은 ㎏당 4만6700원에서 3월 셋째 주 2만7900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소비자가 ㎏당 6만원 이상은 줘야 먹을 수 있던 대게를 지금은 3만~4만원 대에 구매할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수입 수산물값이 급등할 것이라던 우려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대게 반값 대란에 발맞춰 구매에 동참하고자 하는 인증 글로 뜨거웠다. A씨는 지난 2일 ‘대게 가격 떨어진다 해서 동참’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대게 사진을 게시했다. A씨는 “대게 가격이 1㎏에 4만원 밑이라고 해서 수산 시장에 가보니 ㎏당 3만6000원이었다”며 “2마리를 7만7000원에 사서 실컷 먹었다”며 대게 반값 대란 동참 인증을 했다. 

B씨는 손질된 대게 사진을 올리고 “대게 가격이 내려가서 4㎏ 시켜서 배가 찢어졌다. 찜비 3000원, 손질비 5000원, 볶음밥 3개까지 했는데 3마리에 20만원도 안 됐다”며 “소식가 3명, 대식가 2명이 충분하게 먹었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들도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 러시아 대게 가격이 좋다. 친구는 홈플러스에서 2마리에 7만원을 줬다”, “수출 막혀서 대게 가격이 반값이 됐다. 때는 지금이다. 다시 오르기 전에 얼른 먹자”는 등의 글을 올렸다.

온라인상에는 ‘#대게 대란’, ‘#대게 플렉스(성공이나 부를 과시하는 행위)’라는 해시태그를 단 인증 글이나 “가족과 푸짐하게 대게를 먹었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일부 마트에서는 대게를 특별 할인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몰렸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도 이에 발맞춰 일제히 대게 할인 행사에 나섰다. 저렴한 가격에 일부 매장에서는 찜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물량이 일찍 소진돼 행사를 조기 마감하는 사례도 나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 확산 등 글로벌 요인으로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는데도 유독 대게 값은 떨어졌다. 밀이나 옥수수를 포함해 채소, 육류까지 대부분의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여 밥상 물가가 휘청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부담스러웠던 대게는 반값이 되어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의 도시 봉쇄 영향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가 중국에 대게를 공급했지만, 중국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주요 도시를 봉쇄하면서, 중국에 공급 예정인 물량이 국내로 유입되며 공급 과다로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러시아에서 잡힌 대게와 킹크랩의 30~40%는 육로를 거쳐 중국으로 간다. 

현재 미국은 러시아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고, 일본도 관세 부과를 통해 수입을 줄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러시아산 수산물 수입에 대해 별도 제재를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수산물 도매업자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재고 부족을 우려해 대게 물량을 많이 확보한 것도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됐다.

반가운 소식도 잠시 가격 폭락 상황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산 수산물의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되고 러시아 수출 금지 품목에 제외되면서 가격도 정상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대게는 생물이라 보관 기한이 짧아서 적체 물량이 소진되면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는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만큼 예년보다는 낮은 가격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그래픽=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