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계 금융자산 주식비중 첫 20% 돌파했다…잔액·증가폭 '역대급'

2022-04-07 12:02
한국은행, 7일 '2021년 자금순환(잠정)' 발표
상반기까지 지속된 빚투 열풍…하반기엔 관망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작년 한 해 동안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계속된 주식 투자 열풍 속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식 잔액과 증가 폭 역시 통계 편제 이후 최대치를 나타낸 것이다. 다만 하반기 들어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주식 대신 안전자산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7일 공개한 '2021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경제활동 결과 발생한 국내 부문 순자금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 규모는 전년(83조9000억원) 대비 확대된 8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가계(개인사업자 포함)와 비영리단체 순자금 운용액은 190조원 상당에서 141조2000억원으로 48조7000억원가량 감소했다. 4개 경제부문(가계, 비금융법인, 일반정부, 금융법인) 가운데 유일한 감소세다.

이처럼 가계와 비영리단체 순운용 자금이 축소된 배경으로는 자금 조달이 확대되고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부진했던 소비가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2020년 당시 897조원 수준이던 민간소비지출 규모는 1년 만인 2021년 중 952조원으로 55조원 이상 증가했다.

자금 조달 규모는 174조원(2020년)에서 192조원대(2021년)로 몸집을 불렸다. 주택 관련 대출 수요가 이어지면서 대출 규모가 작년 한 해 동안 189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이는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대치다. 소비 회복에 따른 판매신용(가계신용) 역시 10조4000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가계 자금운용 규모는 축소(363조8000억원→333조3000억원)됐다. 지난해 채권 취득 규모가 감소 전환(-31조8000억원)한 데다 예금 증가 폭이 174조원대에서 156조8000억원으로 축소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가운데 주식을 통한 자금운용은 2020년에 이어 큰 폭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코스피(2978, +3.6%)와 나스닥(1만5645, +21.4%) 상승세 속에 가계의 주식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20%(20.8%)를 넘어선 것이다. 이 기간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신규 취득 규모는 각각 87조6000억원, 22조9000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그 잔액 역시 나란히 역대 최대(944조6000억원, 77조3000억원)를 갈아치웠다.

가계의 금융자산 내 주식 비중(2020년 기준)은 여타 국가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과 비교해보면 미국(36.9%)과 프랑스(22.2%)은 우리나라(19.4%)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낸 반면 독일(11.4%), 일본(10.9%), 영국(10.4%)은 우리나라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는 주식 대신 안전자산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본격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65조원 이상 급증했던 국내 주식은 하반기 들어 22조원에 그치며 상승 폭이 둔화됐다. 해외 주식 역시 상반기 15조원대에서 하반기 7조6000억원대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했던 장기저축성예금 규모는 16조원 이상 급증했다. 상반기 소폭 상승에 그쳤던 금전신탁도 5조8000억원 이상 상승했다.

방중권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연간으로는 주식 투자가 확대되었으나 하반기 들어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장기저축성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