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사고예방 신기술 '충돌방지알리미' 눈길

2022-04-07 05:00
충돌 범위내 사람·사물 구분해 인식
위험 있으면 자동으로 설비작동 멈춰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연초부터 철강·조선업계에는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존의 방법에서 예산을 더 투입하는 건 사고예방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안전 신기술 개발에 나섰다.
 
동시에 기업간 안전기술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각 기업의 안전관리부서는 사고 예방을 위한 좋은 기술이 있다면 출처를 따지지 않고 도입하겠다는 자세다.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작업 중 설비와의 충돌에 따른 재해 예방을 위한 ‘충돌방지알리미(가칭)’라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센서가 충돌범위에 있는 사람과 사물을 구분해 인식하고 충돌 위험이 있으면 자동으로 설비 작동을 정지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위험을 스스로 판단해 작업을 중단하는 방식이었으나, 이 기술의 개발로 인해 작업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위험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게 됐다. 특히 해당 기술은 후방 충돌에 따른 재해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충돌방지알리미는 센서가 무선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비슷한 수준의 기술은 존재했지만 각 센서마다 유선 연결을 요구해 작업환경에 따라 설치가 불가능했다. 반면 충동방지알리미는 센서가 무선으로 연결돼 있어 작업환경과 관계없이 설치가 가능하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기술이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해부터 생산성보다 안전을 중시하라고 주문하면서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했으나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설비를 중단했을 때 주변에서 쏟아지는 따가운 눈총은 물론 상급자로부터의 주의 등이 부담이 돼 노동자들은 위험을 감지하고도 설비를 중단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또 사망이나 중상으로 이어지는 사고는 당사자가 인지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해당 기술이 도입되면 사람의 판단이 아닌 기계의 판단으로 작업이 중단되기 때문에 작업자의 부담이 한층 덜어짐은 물론 사각지대로 인한 사고도 예방될 것이라는 게 포스코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현재 포항제철소 제강부 연주공장에서 해당 기술의 시운전을 마친 상태다.  반응은 동종·유사업계에서 더 좋았다. 당장 현대제철 등 일부 기업들이 포스코의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조선, 석유화학 등 업계도 해당 기술을 눈여겨보고 있다. 협의만 진행된다면 공장 전체에 충돌방지알리미를 설치하겠다고 의사를 내비친 기업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재 사고만 예방할 수 있다면 경쟁사의 기술이라도 비싼 값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 철강·조선업계의 분위기다. 특히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한 상태이니 기술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돈이 얼마가 들든지 안전만 챙길 수 있으면 된다”며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경쟁사가 없다. 사고를 예방할 수만 있다면 원수에게도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일 사망사고가 발생한 충남 당진시 소재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냉연공장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