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통일부' 이름을 '교류협력부'로 바꾸자
2022-04-04 17:10
통일부의 고유 기능과 관련해 인수위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통일부는 남북 교류 협력, 인도주의 지원에서 시작되는 가장 기본적 업무가 있었는데 그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느냐에 대해 인수위원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그래서 “남북 교류 협력, 인도주의에 대한 노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차제에 한 가지 건의하고자 한다. 통일부 명칭을 아예 ‘교류협력부’로 바꾸라는 것이다. 통일부의 고유 기능을 청와대의 대북 정책 방향과 관계없이 ‘교류협력’으로 정한다면 통일부라는 명칭보다는 ‘교류협력부’라는 명칭이 훨씬 더 어울리고 선명하다. 인수위 스스로도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청와대가 주도하고, 통일부가 시행하는 현 정부의 통일부에 대한 정책에서 벗어나겠다”고.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따로 있다. 청와대의 대북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북한에 할 말만 하고 대북 ‘굴종적’ 자세를 취하지만 않는 것이 대북 정책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우리 헌법 제4조에는 통일조항이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평화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의무를 지고 있는 것으로 명시(헌법 제66조)되어 있다. 모든 대북 정책은 여기에 수렴된다. 청와대가 대북 관계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지는 정부 몫이지만, 향후 발생하는 대북 관계와 정책은 따지고 보면 모두 통일로 수렴된다. 중요한 것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루어내는 것이냐다. 통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통일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통일은 1민족, 1국가, 1체제, 1정부의 통일이다. 달리 말해 북한 체제와 정권은 없어지는 것이다. 북한의 소멸이 전제되어야만 그런 통일이 가능하다. 전쟁은 있을 수 없다. 북한을 붕괴시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가만히 두면 붕괴할 것이라는 기대는 허구다. 실체가 없는 이야기다. 남한 주도의 통일, 그러면서도 부작용이 없고, 재정적 부담이 적은 통일. 정부는 이를 어떻게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에 상응하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생각해 보라! 우리가 스스로 원하는 단일 체제의 통일을 추구하면 할수록 북한은 이를 경계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꾸준하게 추진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먼저 통일과 같은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이름하여 ‘사실상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다. 누구든 언제든지 남북을 오갈 수 있고 방문할 수 있으며 사업할 수 있는 상태가 ‘사실상의 통일’ 상태다. 일상의 친구 같은 만남, 북한 학생들이 남한으로 수학여행을 오는 상황이 사실상의 통일이다. 이를 먼저 이룬다면 체제 통일은 더 쉽다. 언제든 하면 된다. '사실상의 통일'을 위한 추동력은 무엇인가? 다름 아닌 남북 교류 협력이다. 통일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 아니라 교류 협력을 내세워야만 가능하다. 새 정부가 통일부로 하여금 교류 협력 중심의 고유 기능을 수행하게 하겠다면 정부도 교류 협력 중심의 대북 정책적 관계를 가져가야 한다. 통일부만 교류 협력 기능만 수행하게 하고, 청와대는 그런 기능과 관계없는 일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말이다. 새 정부는 이를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