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지주형 회사 전환 공식화한 구현모...'유무선·미디어·금융·AIDX·클라우드' 5대 사업 재편 신호탄

2022-03-31 16:00
KT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첫 공식 입장
유·무선 사업 전개하는 KT가 미디어·금융·AIDX·클라우드 4개 자회사 이끌 가능성↑

구현모 KT 대표가 제40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T]

구현모 KT 대표가 '지주형' 회사 전환에 관심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5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기업을 재편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KT는 31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4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구 대표는 지주회사로 전환 계획을 묻는 주주의 질문에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으로의 전환에는 분명히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ICT 업계와 증권가에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던 KT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이다.

◆"사업구조 조정 등 지주형 전환 고민"

구 대표는 "지난해 콘텐츠 부문에서 스튜디오지니로 묶었고, 금융도 BC카드를 중심으로 그 아래 케이뱅크를 자회사로 두는 구조로 만들었다"며 "사업구조 조정 등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KT의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KT는 전통적인 유·무선 통신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통신사업은 안정적인 캐시카우지만, 성장성이 낮다. 때문에 KT가 추진 중인 성장성 높은 신사업이 통신사업에 가려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다는 문제를 지적받았다. 반면 신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하면 가벼워진 몸집으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대규모 외부 투자 유치에도 나설 수 있게 된다.

지주형 회사로 거듭날 경우, KT는 △유·무선 △미디어 △금융 △AI·DX(인공지능·디지털전환) △클라우드 등 5대 핵심 부문으로 기업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 구 대표가 직접 관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무선 부문은 KT가 신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사업 영역이 신사업을 뒷받침하는 구조인 만큼 자회사의 사업활동을 관리하는 지주회사와는 다른 지주형 회사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미디어 부문의 경우 KT는 지난해 1월 미디어·콘텐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했다. 최근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 지분투자를 하면서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지난해 HCN을 인수하면서 인터넷TV(IPTV)부터 위성방송, 케이블TV까지 모든 플랫폼을 소유한 유일한 사업자로 떠올랐다. 

금융 부문에선 BC카드를 중심으로 케이뱅크를 자회사로 두는 구조다. 이날 구 대표는 케이뱅크와 BC카드 기업 공개(IPO) 계획을 공개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케이뱅크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를 목표로 IPO를 준비 중이다. 상당한 가치를 평가받을 것"이라며 "이 밖에도 IPO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몇몇 회사들이 있는데, BC카드도 그 대상"이라고 밝혔다. 

AI·DX부문은 지난해 9월 KT송파빌딩으로 이전한 엔터프라이즈 부문과 AI·DX융합사업부문을 중심으로 B2B(기업 대 기업) 중심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부문은 현물출자로 분리해 4월 1일 출범을 앞둔 'KT클라우드'가 담당한다. 
 

[사진=아주경제DB]

◆타깃형 전문가 배치

부문별 대표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무선 통신사업은 구현모 대표가, 미디어는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된 윤경림 사장, AI·DX는 신수정 부사장이 담당하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BC카드는 최원석 대표, KT클라우드는 윤동식 부사장이 이끈다. 

윤 사장은 KT에서 손꼽히는 신사업 전문가다.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을 맡고 있으며, KT스튜디오지니 기타비상무이사에 취임하기도 했다. 신 부사장은 업계에서 대표적인 정보보안·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로, 엔터프라이즈부문장을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KT클라우드를 시작으로 사업 구조 개편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배구조개편은 국내 규제 환경 및 방대한 KT 조직을 감안하면 향후 규제 회피 및 조직 슬림화를 기대할 수 있는 묘안"이라며 "핵심사업 위주로의 사업구조 개편, 수익성 향상도 기대된다. KT의 본원적 약점을 제거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큰 호재가 될 것이란 판단"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