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교육부도 '블랙리스트' 의혹…김태우 "전 부처 인사보복 이뤄졌을 것"
2022-03-31 09:50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현 정부 초기 통일부, 교육부 등에서 사표를 내고 물러났던 일부 기관장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이며 사실상 수사에 착수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최초 폭로자는 본지에 "전 부처에 걸쳐 블랙리스트 작업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최형원 부장검사)는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손광주 전 이사장과 교육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전직 이사장 A씨를 2019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1년여 임기를 남긴 채 2017년 8월 직책에서 물러난 두 사람은 검찰에 이미 3년 전 사퇴 정황을 비교적 자세히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최초로 폭로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 김태우 전 수사관은 본지와 통화에서 "산업부뿐만 아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통일부, 보훈처 등 18개 전 부처에 블랙리스트 작업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변호인들이 이미 고발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전체 공공기관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는데, 몇 개월 뒤에 보니까 어떻게 쓰이는지 알게 된 것이고, 환경부 블랙리스트까지 사실 확인이 된 것"이라며 "18개 전 부처에 대한 수사를 다 해버리면 정권 끝나는 거라 더 이상 진척시키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수사관은 또 블랙리스트 사건이 환경부 장관 사퇴로 이어지자 닮은꼴 사건인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고발인 조사 단계에서부터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고자 하는 압박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환경부가 성공하고 나니까 이 정부가 화들짝 놀랐을 것"이라며 "장관 18명이 다 죽게 내버려둘 수 없으니까 수사를 더 못 하게 하는 엄청난 압박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를 수사한 주진우 부장검사가 수사 잘하고 중앙지검장 후보였는데 안동지청장이 됐다"며 "그것부터 압박인데 누가 자기 목숨 걸고 하겠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최근 과기부 산하 전직 공공기관장 A씨는 한 언론사와 통화하면서 "2017년 말 과기부 압박으로 임기 중 사표를 냈다"며 "사임 무효 소송을 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조계는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된 건 지난 1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련 대법원의 유죄 확정과 관련이 깊다고 본다. 이 확정 판결문을 일종의 '정답지'로 삼아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검찰 안팎에서는 분석한다.
검찰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 속도에 따라 다른 부처들의 관련 의혹 수사 착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인사 보복 의혹 제기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피해 당사자나 주변인들의 제보나 진술, 물증 확보 여부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며 구체적 답변을 꺼렸다.
검사장 출신인 법조인은 “전반적인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선 설령 단순 가담자라도 공익제보자로 철저히 보호하겠다는 것을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