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눈치보는 금융공공기관, 임기만료 임원 인선 난항

2022-03-29 14:51

[연합뉴스]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 임기 만료 인사가 올 상반기(1~6월)에만 16명에 이른다. 전체 임원 중 20%에 달하는 규모지만 정권 교체와 맞물려 새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후임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2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를 주무 부처로 둔 금융 공공기관 7곳(서민금융진흥원·신용보증기금·예금보험공사·IBK기업은행·KDB산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체 임원 80명 가운데 35명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올해 만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서도 16명은 새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올 상반기 임기가 끝난다.

정권 교체기에 부산 이전설과 이동걸 산은 회장 교체설 등 혼란을 겪고 있는 KDB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손교덕 산은 비상임이사 임기는 이달 29일까지다. 2020년 3월 30일 임명돼 이달 말 2년 임기가 끝난다. 그러나 후임 인선 작업은 순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조차 되지 않았다.

산은 비상임이사 인선 절차는 다소 복잡하다. 이사회를 통해 임추위를 구성하고 적정 후보를 물색해 명단을 산은 회장에게 넘긴다. 이후 회장이 금융위원회 비상임이사 임명을 제청하고 금융위가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산은은 통상 비상임이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임자 임기 만료 전 임추위를 구성해 관련 절차를 밟아왔다. 김영욱·조한홍 비상임이사는 전임자였던 양채열·김남준 전 비상임이사 임기 마무리와 동시에 선임된 바 있다. 이때 임추위는 임명 한 달 전부터 진행됐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IBK기업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6일 신충식·김세직 기업은행 비상임이사 임기가 만료됐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이달 초 이들 후임으로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추천했지만 여전히 신임 사외이사에 대한 윤곽은 나오지 않고 있다. 상황에 따라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이사회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은행 사외이사 역시 은행장이 제청하고 금융위가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홍영 상임이사 임기가 지난해 11월 14일 끝났지만 4개월 넘도록 후임자 선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태환·임춘길 비상임이사는 오는 4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조점호·설인배 상임이사 임기가 다음 달 8일부로 끝나지만 인선 작업이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도 지난해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상임이사 자리가 하나 늘었지만 아직 비어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권 교체 시기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임원 인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당선자가 결정되면 임기 만료 공공기관장이나 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새 정부로 넘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도 지난 14일 인사혁신처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에 산하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서로 협의하에 진행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실제로 한국성장금융은 윤 당선인 측 요청으로 이달 말께로 예정된 새 대표 선임을 보류했다. 다른 금융기관 인선 지연에도 당선인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금융위 역시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서둘러 임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후임자가 선임되지 않으면 기존 이사들이 새 이사가 올 때까지 연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