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이란 핵 합의 앞두고 중동 순방 나서..."이란 핵무기 못 가질 것"
2022-03-28 15:42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근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중동 순방을 통해 지역 우방국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나섰다. 이란 핵 합의를 앞두고 관련국들의 동의를 얻고, 지역 내에서 미국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행보다.
블링컨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중동 순방의 첫 일정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해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진행했다고 로이터·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밝혔다. 회담 이후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링컨 장관은 "이란이 절대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핵심 원칙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명확하다"며 "핵 합의를 전면 복원하는 것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다시 상자 안에 가두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신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이란이 절대 핵무기를 확보해서는 안 된다는 핵심 원칙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확고하다"며 "이란이 미국과 우방을 위협하면 계속해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피드 장관 역시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멈추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이란의 핵 위협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또한 그는 "이스라엘에게 이란의 위협은 이론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을 파괴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은 지난 2015년 미국·프랑스·영국·러시아·중국·독일 등 6개국과 핵 프로그램을 동결 또는 축소하는 대가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핵 합의에 서명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핵 합의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모로코 등 아브라함 협약 당사국들과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서 열리는 네게브 서밋에 참석했다. 외신들은 과거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었던 아랍권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외교 이벤트에 모였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이란 핵합의,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군 간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서도 만남이 이루어졌다는 평가다. 회담에서는 이란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의 위협, 핵 합의 복원 시 대응 과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문제가 논의됐다.
NYT는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이 모인 이번 외교 이벤트는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온 이스라엘의 노력이 일부 결실을 맺었다는 신호로 평가했다. 이어 이번 블링컨 장관의 중동 순방을 통해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에 대응해 단결하자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전했다.
모로코 등 여타 중동 국가들 역시 무역 분야에서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20년 기준 모로코에 약 13억5000만 달러 어치의 석탄·석유·화학제품 등을 수출했다. 아흐메드 파우지 전 모로코 고위 외교 당국자는 NYT의 인터뷰에서 모로코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로코의 중립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본격적인 전쟁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지난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 아랍권 국가들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아브라함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협약 당사국들에 잇달아 공관을 설치하고 상호 협력 협정을 체결했으며, 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