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이어 세아도 물적분할 마무리···자본조달 아니라 탈(脫)철강이 목표

2022-03-27 18:56

포스코에 이어 세아베스틸까지 철강사의 탈(脫)철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조만간 예견된 '탄소 절벽'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비철강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포스코와 세아베스틸이 각각 주주총회를 통해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확정했다. 세아베스틸은 지난 25일 큰 잡음 없이 안건을 승인받았으며, 포스코 역시 중간 과정에서 다소 진통이 있었으나 지난 1월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같은 상장사의 물적분할은 향후 분할된 자회사를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위한 첫 단계로 알려져 소액주주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미 사장한 회사가 알짜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할한 이후 다시 상장해 자본을 조달하려 한다는 의미에서다. 실제 LG화학에서 분할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상장을 통해 총 10조원 넘는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최근 철강사의 행보는 이 같은 쪼개기 상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우선 포스코는 분할 과정에서 철강 자회사를 재상장하지 않겠다며 정관에 못 박았다. 세아베스틸은 정관에 관련 내용을 포함하지는 않았으나 철강 자회사를 재상장하지 않겠다고 소액주주들과 약속했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에서는 향후 업황 악화가 예고된 철강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물적분할을 추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철강산업이 몇 년 후 탄소 절벽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연관이 깊다. 현재 정부가 발표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국내 산업권이 2050년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규모는 불과 5110만톤(t)에 그친다.

이는 2018년 기준 국내 산업권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기업인 포스코의 배출량인 7312만t보다 적다. 즉 2050년에는 수백 곳이 넘는 산업권 사업장 전부가 2018년 포스코 대비 70% 수준으로 탄소 배출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극단적인 목표가 제시된 탓에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사는 획기적인 신기술에 회사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다.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으로 지목된 포스코도 '수소환원제철'이라는 신기술을 개발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비용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지난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과 설비 전환에 향후 몇 년 동안 총 30조~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철강사 전체가 수소환원제철로 설비를 전환히고 기술을 적용하는 데 109조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획기적인 신기술 개발이 성공하리라 장담할 수 없다. 자칫 기술 개발에 실패한다면 감산밖에 방법이 없다. 실제 철강업계는 신기술 변수가 없다면 포스코가 2030년부터 매년 단계적으로 생산량을 낮춰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글로벌 주요국에 탄소 감축 정책이 실시되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이전 수준으로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수십조원을 투자해야 하는 주력산업만 믿고 있을 그룹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세아베스틸은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진=세아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