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4명 중 1명이 女... '유리천장' 깬 CJ제일제당

2022-03-28 07:00
지난해 말 기준 여성임원 25.5%...식음료업계 최다
여성 직원 많은 화장품 업계와 비교해도 비율 높아
선택근무제·거점오피스 등 일·가정 양립 환경..."젊은 인재 성별 가리지 않고 발탁"

2021년 식음료업계 매출 Top10 여성임원 비교[그래픽=김보경 기자]

CJ제일제당이 성별을 가리지 않는 적극적인 인재 기용으로 여성 직원들의 ‘유리천장’을 깨고 있다. 정규직으로 입사하더라도 임원까지 승진하는 여성 직원 비율이 남성 직원보다 현저히 낮은 국내 기업 문화와 달리 CJ제일제당은 임원 4명 중 1명이 여성이었다. 식품이라는 사업 특성과 함께 CJ그룹이 과거부터 추진해온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조직 문화’가 다수 여성 임원 배출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지난해 매출 상위 10개 식음료업체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CJ제일제당은 사외이사를 제외한 전체 임원 98명 중 25명이 여성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여성 임원이 이름을 올렸다. 비율로는 25.5%로, 사업 특성상 여성 직원이 많은 뷰티 업계 1·2위 업체인 LG생활건강(20.5%), 아모레퍼시픽(25.0%)보다 여성 임원 비율이 높았다.
 
총수 일가를 제외한 CJ제일제당의 대표적인 여성 임원으로는 김소영 본부장이 있다.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원을 졸업한 김 본부장은 CJ제일제당 BIO 기술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BIO AN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미등기임원으로는 김희재 부사장과 민희경 부사장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CJ건설 부사장을 역임했다. 민 부사장은 컬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에서 MBA 과정을 마친 뒤 CSV경영실장, 인재원장 등을 역임했다.
 
쓰 코테탄(Sze Cotte-Tan) 식품연구소장(부사장 대우)도 돋보인다. 쓰 코테탄 부사장은 네슬레 싱가포르 R&D센터장을 역임한 인물로, CJ제일제당이 식품 R&D를 위해 2019년 전격 영입했다. 외국인이 식품 R&D 총괄 사령탑으로 발탁된 것은 쓰 코테탄 부사장이 최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인재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사진=CJ그룹]

CJ제일제당의 적극적인 여성 임원 기용은 하루 이틀 만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을 필두로 전사적 차원에서 인재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에 공을 들여 왔다. 국내 기업에 여성 임원이 적은 이유 중 하나인 출산 이후 경력 단절을 해결하기 위해 ‘가족의날’ 조기 도입부터 선택근무제, 남성 육아휴직제 등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능력만 된다면 누구나 빠르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4대 성장엔진으로 ‘CPWS(Culture, Platform, Wellness, Sustainability)’를 발표하며 직원 스스로 일하는 시공간을 설계할 수 있는 ‘거점 오피스’ ‘선택근무제’ 도입과 직급제 폐지 등 인사혁신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제일제당은 식품 사업이 중심이다.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것은) 연구개발과 마케팅 분야에서 여성 직원들이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인재 선발과 육성을 중요 과제로 삼고 있다. 연공 서열에서 벗어난 임원 발탁과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조직문화, 선택근무제·거점오피스 등 근무 환경과 인사 제도, 조직문화를 지속해서 개선 중”이라고 말했다.
 
 
다수 업체는 '여성 임원 0명' 
반면 식음료업계 중 CJ제일제당을 제외한 다른 업체는 여성 임원 발탁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매출 3조4699억원을 기록한 대상은 전체 임원 41명 중 여성 임원이 5명으로 12.2% 비율을 보였다. 매출 상위 10개 식음료 업체 중 두 번째로 여성 임원이 많았지만 그 비율은 10%대에 머물렀다.
 
심지어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업체도 많았다. 동원F&B는 임원 14명 모두 남성이었고, 농심도 임원 30명 중 여성 임원은 보이지 않았다. 풀무원은 여성 사외이사가 3명 있었지만 이를 제외한 임원 17명 중 여성 임원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