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신·구 권력 충돌] "올 것이 왔다"…화약고 '사법개혁'까지 덮친 신·구 권력 갈등
2022-03-25 00:00
신구 권력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감사위원 선임 등 인사권 문제'로 갈등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사법개혁'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됐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속도를 내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법무부 업무보고 거부'라는 초강수로 받아쳤다.
윤 당선인은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전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중립을 위해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에 "이 정부가 검찰개혁을 5년 동안 해놓고 그게 안 됐다는 자평인가"라며 "(검찰에) 독립적 권한을 주는 게 더 중립에 기여한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들도 이날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대해 40여 일 후에 정권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 없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오전 11시 대검찰청 업무보고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인수위 측은 "대검찰청은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을 비롯해 당선인이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 회복을 위해 공약한 사항에 깊이 공감하고, 인수위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인수위는 법 개정 전이라도 새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 1차적으로 훈령 개정 등을 통해서라도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행사 요건을 엄격하게 지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충돌을 두고 '올 것이 왔다'는 평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 자체가 문재인 정부의 ‘검수완박’ 등 검찰개혁 시도에 있었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예산 독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권한 축소 혹은 폐지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검찰 직접 보완수사 허용 등을 공약하며 검찰 권한 확대를 예고한 바 있다.
'사법개혁'을 둘러싼 여야 간 전선도 본격화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시도당 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검찰개혁, 대장동 특검 등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입법 과제로 대두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당은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4월 국회 처리'를 시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측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수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야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윤 당선인 취임 전에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일종의 대못을 박아 대장동 게이트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현 정부에 대한 적폐수사를 막으려 한다는 의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