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文-尹, 한은 총재 임명 놓고 재충돌…신·구 권력, 진실공방으로

2022-03-23 18:52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 이어 인사 문제까지 갈등
장제원 "좋은 사람 같다는 대답이…이게 협의냐"
靑 "尹 측 원한 인사…거짓말하면 다 공개할 것"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인사(人事) 문제로 재충돌했다. 문 대통령이 23일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국장을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하면서다.
 
청와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의견을 수렴한 인사’라고 밝혔지만, 곧바로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와 이번 인사를 협의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대통령 집무실의 서울 용산 이전을 놓고 정면 충돌한 신·구 권력이 한은 총재 인사를 두고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현 정부에서 임기 말 이른바 ‘알박기 인사’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양측 간 비교적 이견이 적었던 한은 총재 인사를 두고도 논쟁을 벌이면서 사실상 평화로운 정권 이양은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은 총재 자리보다 양측 입장 차가 큰 감사원 감사위원 두 자리를 두고서도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갈등 관계가 장기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현재 임기가 남아있는 감사위원 4명 가운데 2명(김인회·임찬우)이 친여 성향이라는 점을 감안해 2명 모두 당선인 측 입장을 반영하는 방안을, 문 대통령은 2명의 인사를 1명씩 나눠서 추천하고 이를 수용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난 16일 첫 회동 불발 이후 실무 협의를 통해 다시 날짜를 잡기로 한 회동 문제 역시 당분간 협의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는 국내·국제경제 및 금융통화 분야에 대한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하고 있으며 주변으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풍부한 식견, 경험, 글로벌 네트워크 감각을 바탕으로 국내외 경제·금융상황에 대응하는 효율적이고 안정적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역임한 경제·금융 전문가다.
 
문제는 윤 당선인 측에서 문 대통령의 회동 제안에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양측 실무 협의 카운터파트의 성향에서 갈등의 원인을 찾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모두 ‘강성’으로 실질적인 ‘협의’를 해야 하는 카운터파트로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양측은 이날 난타전을 벌였다. 장 실장은 서울 종로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표하기 10분 전에 (청와대에서) 전화가 와서 발표하겠다고 하길래 웃었다”면서 “무슨 소리냐. 일방적으로 발표하시려면 그건 마음이니까 마음대로 하시라. 저희는 그런 분 추천하고 동의한 적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당선인 측과 협의했다고 한 것에 대해선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밖에 안 된다”면서 “정식으로 당선인에게 추천을 요청하고 (당선인이) 수락하겠다고 하면 추천하는 상호간 협의나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장 실장은 “(이 수석이) ‘이창용씨 어떠냐’고 해서 ‘좋은 사람 같다’고 한마디 한 게 끝”이라며 “그걸 가지고 당선인 측 얘기를 들었다는 게 납득 가느냐”라고 반문했다.
 
반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창용 총재 지명은 인수위에서) 원하는 대로 인사를 하면 선물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이것을 계기로 (양측 관계가) 잘 풀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 후보자의 이름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만큼 당선인 측에 문의를 했고 ‘맞다’는 확인을 받은 후 지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선인 측이) 이 후보자에게 (한은 총재를) 할 의사가 있느냐는 확인을 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당선인 측과) 진실공방을 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자꾸 이렇게 거짓말을 하면 여기서도 다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우리의 인사 원칙은 대통령의 재임 중 해야 할 것은 하되, 내용은 당선인 측과 충분히 협의한다는 것”이라며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것 역시 ‘최종 사인’을 하겠다는 것이 ‘우리 사람’을 쓰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