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평가] 진일보하는 신평사 기업평가··· 방법론 고도화

2022-03-24 15:09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ESG요인을 반영한 평가 방법론 고도화에 나섰다. 산업별 ESG 노출 수준을 고려해 신용등급을 평가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서거나, 기존 신용평가와 별개로 ESG 요인 중심의 평가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한 달간의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지난 17일 개정된 산업별 신용평가 방법론을 공시했다. 개정된 방법론에는 12개 업종이 포함됐으며 그 중 정유·건설·시멘트·해운 4개 업종에는 ESG 관련 평가요소가 반영됐다. 김태현 한국기업평가 평가기준실 실장은 "이전과 다르게 ESG 요인을 고려해서 평가 방법론의 지표를 바꾸게 되면서 의견 수렴을 거쳤다"며 "ESG가 기업과 회사채 시장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진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바뀐 평가방법론을 보면 정유업은 기존 '영업효율성' 지표가 '외부환경 대응능력' 지표로 변경됐다. 탄소중립 강화, 전기차 시장 확대가 사업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대응력이 정성적 평가 지표로 차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에서는 최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고려해 '품질 및 안전관리 역량'이, 시멘트 분야는 화석에너지 사용 감축 등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 능력이 세부 지표로 추가됐다. 해운업은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 강화를 고려해 기존의 '운항효율성 및 안정성' 항목에 포함된 규제 대응 수준을 구체화했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는 ESG가 기업 자금조달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민간 석탄발전사인 삼척블루파워는 지난해 6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을 기록했다.  AA-였던 신용등급도 A+로 하향 조정됐다. 탄소중립과 친환경에너지 확대 등 비우호적 정책 환경이 자금조달과 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다. 다만 ESG에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이를 분석하고 평가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신평사들의 경우 기업이 발행하는 ESG 채권에 대한 인증평가사업에 힘을 쏟고 있지만, 목적이 정해진 채권이 대상인 만큼 대다수 발행사가 최고 등급을 받기 때문에 변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런 점을 고려해 ESG 요인만을 독자적으로 다룬 분석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등장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2일 기업의 ESG 경영활동과 대응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평가 방법론을 발표했다. 채권, 대출 중심이던 기존 ESG인증 평가와는 다르게 종합적인 ESG 성과를 토대로 등급을 산출하고,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업의 공시자료와 함께 면담 등을 거쳐 정량적, 정성적 평가 과정을 거친다. 종합적인 ESG등급과 함께 환경, 사회, 지배구조 부문별 등급을 제시해 ESG 요소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등급체계는 최고 S등급에서 최하 D등급으로 다섯 단계로 이뤄져 있다. 기존 신용평가보다 크게 간소화된 수준이기 때문에 등급 정보를 통한 기업 간 차별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이번 기업ESG평가 서비스의 경우 등급 산출이 주된 목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등급보다는 기업의 ESG 정책에 대한 분석 제공이 초점"이라며 "같은 A등급의 기업들이라도 환경, 사회, 지배구조 부문별로 수준이 다를 수 있으며, 이러한 약점과 강점에 대한 분석 내용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