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병석 KICT 원장 "집단지성으로 K 건축물 경쟁력 높이겠다"

2022-03-23 18:00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향상 추구

김병석 KICT 원장 [사진= KICT]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유니크한 개성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건축물의 존재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슈퍼콘크리트의 대가인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KICT)은 지난 16일 슈퍼콘크리트에 대해 기술적 설명을 부탁하는 기자에게 손사래를 치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슈퍼콘크리트의 기술적 성과로 꾸준히 조명을 받았지만 한 기관의 장으로 올라서면서 더 거시적 차원의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단순히 기술 자체보다 슈퍼콘크리트와 같은 꾸준한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KICT 조직의 운영 방식에 김 원장은 관심이 많았다. 조직원들 간 꾸준한 토론과 이를 통한 집단지성의 결과물이 결국 우리나라 건설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김 원장은 굳게 믿고 있다.


-한 기관에서 38년간 근무하며 원장에까지 올랐는데, 조직에 대한 애정과 운영 철학이 궁금하다.

"첫 직장이자 평생직장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원으로 시작해 공채 출신 첫 원장이 됐다. 제가 1984년 공채 2기로 입사해 38년간 근무했고, 원장 임기를 마치는 2년 뒤면 40년간 근무하는 셈이다. 평생직장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큰 애정을 갖고 연구원 발전에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는 기반을 닦고 싶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많은 직원이 행복을 느끼면서 보람을 갖고 연구원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 환경을 잘 조성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행복을 통해 지금보다 조직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많은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게 목표다."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시행 중인가.

"연구원의 기본방향과 핵심가치를 제시하고 실행을 위한 조직·평가제도를 개선했다. 먼저 개인이 하고 싶어하는 연구보다도 국가가 필요로 하는 연구 수행을 강화하고 기관 R&R(Roles & Responsibilities·책임과 의무)의 상관도를 높이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평가제도를 개선했다. 강제 배분을 위한 획일적인 하향식 평가를 지양하고 조직 내 공동 목표 추구와 동료 간 협력이 가능한 운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동료평가, 과제평가 등을 도입하는 등 평가제도에 대한 대대적 개편을 통해 개인 역량 강화와 조직 역량 강화를 동시에 추구했다. 추가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배타적으로 경쟁하기보다는 협력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상생 발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매트릭스 조직인 디지털 클러스터 조직 개념을 도입했다."


-디지털 클러스터 조직 개념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연구원 조직을 전공 기반으로 횡축을 구성하고, 프로젝트에 기반한 융복합적 디지털 클러스터 조직을 종축으로 하는 매트릭스 조직이다. 이를 통해 동일 전공 내 협력과 다른 전공 간 유연한 융합이 용이한 연구 환경을 조성했다. 현재 7개 클러스터를 운영 중이고, 중대형 국가 R&D, KICT 브랜드 사업, 사회 이슈 및 미래 대응 연구를 수행 중이다. 초기 1단계에서는 연구원 내 공통 주제에 대한 전문가들 간 협력과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2단계에서는 국내 관련 전문가와 협업을 추진해 코리아 원팀이 되는 데 기여하며, 3단계에서는 외국 전문가·기관들과 협력해 국제적으로 선도하는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집단지성을 강조했는데, 공공기관은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일반적이지 않나.

"집단지성을 도출하기 위해 의사결정 과정과 공동의 리더십에 가치를 둔 제도 개선에 나섰다. 개선 과정에서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경영진 단독 리더십이 아닌 의사결정 과정과 공동 리더십에 가치를 둔 오픈 경영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집단지성 토론, 다회에 걸친 PT, 공청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원내 모든 구성원이 개선 과정에 참여하여 스스로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하도록 했다. 특히 입사 5년 차 이하 젊은 직원들이 기관장 주재 경영진 현안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KICT 섀도 커미티'를 만들었다.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많은 직원의 주인의식을 함양하고 기관 운영에 참여하는 기회도 제공했다."


-최근 광주 아파트 붕괴 등 건설사고가 많다. KICT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최근 발생하는 재난안전사고들은 복잡하고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이에 KICT는 관련 재난재해 연구는 물론 코로나와 기후변화 대응 등 연구를 추진 중이다. 화재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실물화재 실험센터를 기반으로 불에 잘 타지 않고 독성도 낮은 준불연 우레탄을 개발 중이다. 또 재난 사고 발생 시 사고 원인 조사분석위원회에 해당 분야 전문가로 참여하거나 사고 이후에 연구원 자체적으로 현장조사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 법규 제정 등 재난재해 조사 체계를 마련했다."


-건설에서 한류붐을 일으키기 위한 토대 작업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 창출을 위해 중장기 WCL(World Class Lab)을 육성 중이다. WCL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KICT 연구팀 또는 연구그룹이며, K-건설 및 건설기술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우수연구팀에 대한 파격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으로 축척의 시간을 부여하려 노력 중이다. 집단연구 역량으로 글로벌 연구 혁신성장을 견인할 것을 기대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기술에 우리 고유의 철학과 기술이 담긴다면 ‘K-­건설’로 세계화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건설 한류를 위한 우리나라 철학을 담을 만한 건축물 예시가 있나.

"4차 산업혁명 기술에 인문학, 예술, 철학 등을 통섭해 우리 고유의 K-건설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통해 세계화를 이루고자 한다. 온돌을 예로 들면 한국은 자연을 빌려 쓰는 문화와 석유 같은 연료가 부족한 환경에서 자연을 최대한 활용한 온돌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라디에이터와 비교할 때 적은 에너지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온돌 기술을 1년 내내 더운 나라에 적용할 수 없듯이 건설기술은 나라별 문화나 환경을 고려하여 적용해야 한다. 이에 KICT는 우리 건설기술을 외국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보다 확보된 세계 최고 기술을 그 나라 문화나 환경 등에 적합하도록 접근해 K-건설 확산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


-일상생활에 접목 가능한 건설기술과 미래 사회의 원천 기술 등도 설명해 달라.

"우주 건설, 수소, 미래 교통 인프라 등 미래 사회 원천기술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고 규모 우주 환경 재현 인프라인 ‘지반열진공챔버’를 활용해 월면토를 개발하는 등 우주 건설 연구를 추진했고 한화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포함한 6개 연구단체와 우주자원활용(ISRU) 업무협약도 지난해 체결했다. 미래 교통 인프라인 한국형 하이퍼루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도 저렴하면서 뛰어난 강도를 지닌 콘크리트를 활용한 초고밀도 콘크리트 튜브 인프라 설계·시공 기술을 개발해 연천 SOC 실증 센터에 튜브 시험체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그 밖에도 원내 ‘스마트건설지원센터 제2센터’ 시공 시 국내 최초로 모듈러, BIM, 스마트건설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턴키' 방식을 적용하고, CCTV, 액션캠 등을 활용한 스마트 감리를 적용하는 등 새로운 미래 건설산업 표준을 만들고 있다."


주요 경력

2021. 04. ~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1984. 04. ~ 2021. 04.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 SOC 성능연구소장, 부원장, 남북인프라특별위원장
2020. 06. ~ 현재 한반도인프라포럼 대표회장
2017. 01. ~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2013. 03. ~ 현재 국가표준실무위원회 위원
2002. 01. ~ 2003. 12. 감사원 건설공사 및 국책사업 감사 자문위원
2000. 01. ~ 2020. 12. 국토교통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