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내 지주택 대행사, 조합비 깜깜이 집행 논란⋯"절차 따라 투명했다" 반박

2022-03-23 06:01
'거액 대출' 고스란히 조합원 피해로⋯대행사 "토지매입 위해서만 쓰인다"

[사진 = 아주경제]

 

고소 조합원들은 대행사의 자금 집행과 업무 처리가 조합 몰래 깜깜이로 진행되면서 조합에는 오히려 빚만 남은 상태라고 토로했다.
 
지난 2월 현재 조합의 총수입액은 716억원이며 총지출액은 735억원으로 부채 규모는 약 19억원이다. 토지매입 228억원, 광고비 71억원, 모집대행수수료 102억원, 업무대행수수료 168억원, 홍보관건립 및 운영지출비 58억원 등에 쓰였다.
 
대행사는 국토교통부 표준과 비교하면 설립인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약 65% 상당(1037세대 기준)의 대행비를 받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주택조합제도 표준에 따르면, 업무대행비는 조합설립인가 시 20%, 사업승인 시 20%, 착공 시 20%, 사용검사 시 20%, 청산총회 완료 시 20%가 집행돼야 한다. 다만 이는 표준으로 조합의 실정에 맞춰 지급 시기 및 비율을 결정할 수 있다.
 
대행사는 업무대행비는 정당하게 집행됐다고 반박했다. 또한 지주택 조합비는 원래 토지를 매입하는 데 쓰이는 자금이 아니라 사업을 추진하는 비용으로 쓰이는 돈이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대행사는 228억원이나 토지를 매입한 것은 조합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부에 따르면, 부담금(조합비)은 ▲조합운영비 ▲토지 매입비 ▲건축비 등 조합의 사업추진을 위해 조합원이 조합에 납입하는 일체의 금액을 의미한다.
 
조합 측은 매입된 토지도 완전한 조합의 자산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토지가 현재 신탁에 넘겨졌는데 원래대로라면 제1순위 우선수익권자가 조합이 돼야 하지만 대행사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고소 조합원 F씨는 “조합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대행사가 조합에 77억원을 셀프로 빌려준 후 토지를 매입하고, 이를 근거로 제1순위 우선수익권자를 자기(대행사)들로 설정했다”면서 “더 큰 문제는 토지가 신탁에 넘어갔는지, 자금 집행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조합을 대표하는 추진위원장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조합원 E씨와 추진위원장 D씨의 지난 2월 7일 통화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실제로 D씨는 신탁 계약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한 달여가 흐른 최근 기자가 되묻자 D씨는 “당시 신탁 계약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서 이 밖의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조합 측은 대행사가 용역 계약을 맺은 업체들과 비용 부풀리기 등 부당 내부거래를 해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대행사와 ‘조합원 모집’ 용역 계약을 맺은 ㅎ사의 경우 토지사용승낙률이 실제와 다름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행사가 제시하는 수치로 조합원을 모집해 결국 102억원의 모집 대행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는 주장이다.
 
조합 측은 “ㅎ사는 연신내 외에도 서울 구로 등 다수 지역에서 지주택 대행사와 조합원 모집 대행 용역을 맺고 있다”면서 “ㅎ사 대표는 작년 6월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사기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도 재판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무대행사 측은 토지 신탁 계약도 추진위원회와 논의한 후 추진위원장 D씨가 직접 결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용 집행 과정에서 추진위원회와 논의해 투명하게 집행했으며, 대행사가 독단적으로 자금을 집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  거액 대출, 조합원 피해 키울라 우려⋯대행사 “토지매입 위한 필수 절차”
 
고소 조합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대행사 측에서 향후 거액의 대출을 실행하려는 부문이다.
 
연신내 지주택 대행사는 지난 20일 ‘차금차입 시, 이사회에 위임하는 것에 대한 동의의 건’, ‘토지매입(금액)·금융기관 대출PF(금액·이율) 협의/결정 업무대행사 위임 동의의 건’ 등 총 16개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한 총회를 열었다.
 
조합 측은 “대출은 조합원 명의로 받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 진척이 안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지게 된다”면서 “대행사가 조합비를 탕진한 후 토지매입을 구실 삼아 또다시 거대 자금을 갈취하려 든다”라고 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대행사 측은 “토지매입 자금 마련을 위해 대행사가 우선 대출 규모, 이자 등을 금융사와 논의해야 하는데, 조합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향후 대출을 실행할 때도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하고 하기 때문에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주택법을 따르는 지주택 사업 성공률이 20%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규제가 꾸준히 강화되고 있지만, 재개발·재건축과 비교하면 현실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주택 사업은 업무대행사와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총회 등을 통해 자금이 집행되는데, 이 또한 관련 법이 구체적으로 제정되지 않아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주택 사업의 경우 사실상 대행사와 조합장이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하지만 실질적으로 조합장도 업무를 잘 모르다 보니 업무대행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움직이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사업 주체가 되는 조합원들이 철저히 감독하고 운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