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실손보험 손실 주범 임의비급여 소송가액만 1000억원

2022-03-22 15:02
의료계 확인 안된 시술 소비자에게 제공…실손보험금 지급 사례 늘어

[사진=연합뉴스]

 
보험업계가 매년 실손의료보험에서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의 임의비급여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의료계와 대대적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일부 병·의원이 의료행위로 인정받지 못한 임의비급여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치료비용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들은 임의비급여 치료를 받은 소비자가 보험사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면서 실손보험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 주요 보험사 5곳이 의료계와의 진행 중인 임의비급여 소송과 소송가액은 각각 100여개, 1000억원에 달한다.

현대해상은 2014년부터 ‘맘모톰 시술’(바늘로 유방조직을 잘라 적출하는 장비로 유방 양성종양 등을 잘라내 제거하는 시술)을 600여 차례 한 의료인 A씨를 상대로 환자들에게 지급한 실손보험금 12억여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삼성화재도 의료기관들이 맘모톰으로 유방종양절제술을 한 뒤 임의비급여로 청구하는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보험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화재가 추산한 손해 규모는 1억4100만원에 이른다.

임의비급여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아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따른 법제화가 되지 않은 비승인 진료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임의비급여 시술은 법정비급여 시술과는 달리 실손보험금 청구가 어렵다. 건강보호법 규칙상 법정비급여에 해당하지 않는 유형의 진료계약이 무효로 인정된다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어진다. 이 경우 보험사는 환자를 상대로 보험금 반환을 청구해야 하지만 이미 병원비로 사용됐다. 이 때문에 환자가 아닌 의사나 병원을 상대로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소송을 다수 제기한 맘모톰시술의 경우 2019년 7월 안전성과 유효성 확인을 받아 신의료기술로 인정됐지만, 보험사는 신기술 인정 이전 진행된 맘모톰시술에 대해 안전성 평가를 받기 전의 진료계약이라며 보험금 지급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의료계가 환자의 적극적인 동의 없이 맘모톰 등 임의비급여 시술을 남발하면서 소비자의 치료비용 부담이 커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보험사가 제기한 채권자대위소송 원칙상 환자가 직접 의료계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특히, 의료계는 보험사가 실손보험의 적자 지속을 핑계로 의료계를 소송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료를 납입하는 일반보험 가입자들이 대형 의료계와 직접적인 소송을 하기 어렵다"며 "의료계가 소비자의 적극적인 동의 없이 임의비급여 치료를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고객 입장에서도 지속적으로 관련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