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격리 면제에 들썩이는 여행시장… 실적 회복 방아쇠는 당겨졌다

2022-03-23 00:00

인천국제공항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3년 차, 잔뜩 움츠러들었던 해외여행 수요가 2년여 만에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각국이 굳게 잠갔던 여행 빗장을 서서히 풀더니 우리 정부도 이달 21일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 면제를 전격 허용했다. 

여행업계는 유례없는 감염병 확산에 직격탄을 맞았다. 본래 외부 변수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시장이지만, 메르스도 사스도 이겨냈던 업계는 감염 확산세에 밑바닥까지 추락할 줄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바닥까지 떨어진 매출은 좀체 회복하지 못했다.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으로도, 관광기금 융자로도 상황 장기화를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업계 1위 하나투어는 연 매출이 코로나19 확산 이전 7700억여 원에 달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지난해에는 401억원까지 떨어졌다. 모두투어도 2971억원에서 150억원으로 급락했다. 

그 어떤 산업군보다 '실적 회복'을 애타게 기다려왔지만 해를 넘겨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더 악화했다. 

급감한 실적 속에서 당장 생존하기 위해 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직원 퇴직'과 '급여 삭감'을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실제 지난해 3월 기준 상장 여행사 임직원 수는 전년과 비교해 15.4% 줄었고, 급여는 40%가량 삭감됐다. 

바이러스 확산 후 소강과 재확산을 반복하던 지난해에는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선언하면서 업계에 잠시 활기가 돌았다.

코로나19 확산세에 휴직하며 여행사를 떠났던 직원들이 하나둘 일터로 돌아왔고, 업계는 그렇게 '운영 정상화'를 알렸다. 그동안 억눌렸던 해외여행 열망에 날개를 달겠다며 다양한 마케팅을 준비하는 여행사들 모습에 취재 열기도 한층 뜨거웠던 기억이 난다. 

"이제 봄을 맞는 일만 남았다"며 쾌재를 부르던 업계는 운영 정상화를 선언한 후 고작 한 달여 지났을 때 또다시 무너져내렸다. 이번에는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또다시 전 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것이다. 우세종으로 전환한 오미크론은 급기야 하루 수십만 명대 확진자를 양산하며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결국 정부는 결단을 내렸다. 이달 21일부터 백신 접종을 마친 해외 입국자에 대해 격리 면제를 허용했다. 

잔뜩 메마른 땅에 빗줄기가 스며들었다. 정부의 격리 면제 발표 효과는 '실적'으로 직행했다. 

정부가 해외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면제한다고 발표한 직후인 이달 11일부터 20일까지 3200명이 하나투어 해외여행 상품을 예약했다. 발표 전인 1일부터 10일까지 예약 건수보다 93.7% 뛴 수치다.

같은 기간 11일부터 20일까지 해외 항공권 예약 인원은 7300명으로, 1일부터 10일까지 건수보다 60.7% 증가했다.

인터파크투어가 격리 면제 발표 직후 주말(3월 11~13일) 집계한 해외 항공 전체 예약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873%나 증가했다. 

다른 여행사도 상황은 비슷했다. 판매율이 껑충 뛴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판매가 이뤄지던 여행 안전 권역(트래블버블) 국가 외에 미국과 하와이, 캐나다 등 미주 지역 여행상품 관련 문의가 폭증했다. 

여행시장 회복, 방아쇠는 당겨졌다. 모진 풍파를 온몸으로 맞으며 고통 속에서 절규하던 업계가 비로소 웃기 시작한 지금이다. 이제 실적 회복을 향해 무한 질주하는 일만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