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소통왕'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 노조 직접 만남…임단협 '묘수' 낼까

2022-03-18 18:45
화성사업장서 노조와 첫 대면…급여체계·휴식권 등 노조 요구사항 전달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사장)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노동조합과의 갈등 해결을 위해 나섰다. 2021년 임금협상안을 두고 약 6개월간 이어져 온 대화에 ‘게임 체인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경 사장은 이날 오후 1시부터 화성사업장에서 노동조합 대표단을 직접 만나 약 1시간가량 면담을 진행했다. 사측에서는 경 사장을 비롯해 인사 담당 임원 3명이 참석했다. 노조 측에서는 각 노조위원장 및 간사가 참석했다고 전해졌다. 아직 다음 만남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고, 지속해서 경 사장이 노조를 만날 가능성도 있다.
 
대표이사가 노조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이다.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5차례 교섭을 벌여 임금협상을 해왔다. 하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지난달 노조는 대표이사와의 직접 면담을 요청했다. 이에 지난 16일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오른 경 사장이 소통에 나선 것이다.
 
노조는 이 자리에서 급여체계 관련 △성과급 지급 기준을 현재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으로 변경 △포괄임금제 및 임금피크제 폐지 △기본급 정액 인상 등을 요구했다. 또 휴식권 관련 △유급휴일 5일 추가 △회사창립일 및 노조창립일 각 1일 유급화 등에 대한 뜻을 전달했다. 경 사장을 비롯한 사측은 구체적인 제안보단 노조의 의사를 파악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사진=삼성전자]


특히 이번 만남은 노사 간 갈등의 분기점이 될 수 있어 업계 주목을 받았다. 이미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언제든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해 파업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 간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 파업이 가능해졌다.
 
업계는 결국 경 사장이 노조 이슈에 있어 향후 ‘해결사’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경 사장은 이전 삼성전기 사장 시절부터 이른바 ‘사이다 소통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임직원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인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묘수’를 마련해 갈등 해소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다.
 
작년 말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공식 대표이사에 오른 지 약 이틀 만에 경 사장을 사측 대표단으로 발탁한 것도 이 같은 면모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약 6개월간 끌어온 노조와의 임금 갈등을 해결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또 조합원 대부분이 DS(반도체) 부문 직원인 점을 고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 노조는 총 4개 노조로 이뤄져 있다. 총 조합원 수는 4500명 안팎으로 전체 직원의 약 4%를 차지한다. 비교적 작은 규모로 인해 일각에서는 향후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회사 운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사진=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