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담대 금리 4% 넘겨…미친 집값 잡을까

2022-03-18 14:31
주택 매수자, 치솟은 집값에 이자 부담까지…주택 수요 꺾이나

이지머니 시대가 막을 내리며, 미국의 미친 집값이 잡힐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6차례에 걸쳐 0.25%포인트(p)씩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로 예고한 만큼, 주택담보대출(주담대·모기지) 금리는 꾸준히 오를 전망이다. 오를 대로 오른 집값에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꺾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美 주담대 4% 넘겨…초저금리 끝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17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주요 국책 주택담보금융업체인 프레디맥은 이번 주 30년 만기 고정형 모기지 평균 금리가 4.1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5월 이후 처음으로 4%를 돌파한 것으로, 작년 1월만 해도 2.65% 수준이었다.
 
외신은 앞으로 모기지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에 조사된 모기지 금리는 전날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전에 집계된 것이어서, 금리 인상이 반영되지 않았다. 

더구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를 보면 올해 말 기준금리 수준은 1.9%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이 0.25%포인트 수준의 점진적 인상에 나설 것으로 가정하면 올해 남은 6번의 FOMC회의에서 모두 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실제 연준의 금리인상 발표 이후 미국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씨티그룹,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이날부터 대출 기본금리를 기존 3.25%에서 3.5%로 일제히 올렸다. 모기지론 외에도 신용카드와 오토론 등의 금리가 오름세를 탈 전망이다.
 
이 같은 금리인상은 예비 주택 매수자들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WSJ는 “4%대 모기지 금리는 역사적으로 볼 때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3% 미만을 기록했던 지난해에 비해서는 훨씬 높다”고 전했다.
 
더구나 급격하게 오른 집값도 문제다. 2019년 5월쯤만 해도 “미국 주택 평균 가격은 현재보다 26% 낮은 27만7000달러(3억3589만원)였다”는 것이다. 집값이 치솟은 상황에서 이자부담까지 커지면 주택 구매가 어려울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수요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2월 주택담보대출 신청은 전년 동월 대비 3.9% 감소했다.
 
다만 경제전문가들은 예상보다 수요가 덜 감소했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주택 공급이 부족한 영향이다. 전미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공급량 부족이 이어지며 1월 분양 주택 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리 인상, 활활 타오른 집값 잡을까
WSJ는 “활활 타오른 부동산 시장이 냉각될 수 있는 이유”로, 대출 갈아타기가 어려워지는 점등을 꼽았다.
 
모기지 데이터 회사인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재융자(리파이낸싱)를 통해 매달 내는 금액을 낮출 수 있는 대출자 수는 2021년 2월 1800만명에서 2022년 2월 약 400만명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주담대 갈아타기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이는 다시 주담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미국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데는 저금리가 한몫했다. WSJ는 “낮은 모기지 금리가 수요를 부추긴 데다가 시장에 주택 매물이 비정상적으로 적어 집값이 급등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형 면적 주택에 대한 선호가 강해진 점도 주택 수요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미 최대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그룹이 산출한 미국 평균 주택 가격은 2021년 한 해 동안 19.6% 급등해 32만1634달러(약 3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중위소득 노동자들의 소득 5만 달러(약 6065만원)를 살짝 상회한 것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전국 평균 주택 가격 상승폭이 세전 중위 근로소득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