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월 회의서 정책 동결 전망...올해 중 금리 인상 가능성 높아져
2022-03-15 17:24
고공행진하는 인플레이션에 각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시장에 풀린 돈을 줄이고 있지만, 일본은 여전히 금융완화 정책 해제에 신중한 모습이다. 그러나 일본의 물가 상승률이 연내 목표치인 2%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며, 이같은 초금융완화정책이 계속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은 일본은행(BOJ)이 오는 17, 18일 진행되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15일 보도했다.
BOJ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 목표치를 0%로, 정책상 단기금리 목표치인 보완당좌예금제도적용이율을 마이너스(-) 0.1%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신 BOJ는 오는 4월 27,28일 회의에서 분기별 경제 성장치를 확인하고 향후 정책 목표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0년대 버블(거품) 경제 붕괴 이후 약 30년간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싸워 왔다. 세계은행(WB)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2014년 이후 2%를 넘긴 적이 없다.
그러나 일본 대형 증권사인 SMBC닛코증권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년 동월 대비 일본 CPI 상승률이 지난 1월 기록한 0.2%에서 급등해 4월에는 2.4%를 기록할 것으로 블룸버그에 전망했다. 이는 2008년 이후 기록한 적 없는 수치다.
블룸버그 역시 자체 계산 결과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이르면 4월부터 2%를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발 원유·천연가스 가격 급등, 일본 엔화 가치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도 연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길 경우 물가상승률이 2.8%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디플레이션으로 신음해 온 일본이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달성하는 것이 일본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차질과 코로나로 인한 경제 타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은 부양책을 유지하고자 하는데, 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면 부양책 유지를 주장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미즈 세이이치 BOJ 통화정책국장은 15일 의회에서 "일본 경제는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에서 회복되고 있다"며 "고유가로 인한 비용 상승으로 나타난 인플레이션은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2% 인플레이션을 보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초완화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외부 요인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인 현상일 뿐, 관련 요인이 제거된다면 인플레이션 역시 사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BOJ는 이번 회의에서 일본 경제 성장 전망을 하향 전망하며 부양책 유지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로이터는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밝혔다. 신종 코로나 변이인 오미크론 감염자가 급증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가 줄어 경제 성장세가 약해졌다는 설명이다. 지난 1월 당시에는 경제와 소비가 확실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3월 회의에서는 향후 경제 상황을 하향 전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인플레이션이 잠시 목표치를 달성하더라도 BOJ가 경제 피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부양책을 철회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은 오히려 가계가 허리띠를 조이게 하며 소비 심리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부양책을 성급하게 철회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오는 10월쯤 정책 노선을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8일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일본은행이 10월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전했다. 이즈미 드발리에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금리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오는 10월에 금리를 인상하고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상한선도 현재 0.25%에서 0.5%로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