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마련 나선 보험업계, 부동산 매각 러시…"IFRS17 도입 대비 차원"

2022-03-13 20:00
한화생명, 신설동 사옥 매각 진행 중…하나손보·신한라이프 등 매각 줄이어

한화생명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신설동 사옥.[사진=네이버 로드뷰 캡처]

 
보험업계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보유한 부동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새 보험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이 1년도 채 남지 않자,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13일 보험업계와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하나손해보험, 현대해상, 신한라이프, 롯데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이 사옥 등 보유 부동산을 잇달아 매각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공개입찰 형태로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102-6, 102-8, 102-39 소재 사옥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신설동 사옥은 2008년 3월 준공, 지하 2층~9층으로 구성됐다. 토지면적 1501.60㎡, 건물 연면적 7603.15㎡ 규모다. 전용률은 52.38%다. 여성 직원 중심 고객상담센터로 사용해왔다. 최저 공매가격은 255억4500만원이다.

[자료=각사]


하나손보는 지난해 11월 하나자산신탁 리츠를 통해 종로구 인의동 소재 사옥을 매각했다. 초반 매입가는 1200억원이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3월 캡스톤자산운용과 서울 중구 남창동 본사 사옥에 대한 ‘매각 후 임차(세일 앤 리스백)’ 계약을 체결했다. 세일 앤 리스백은 부동산을 소유한 기업이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기관에 매각하면서 장기간 임대를 확약하는 방식이다. 세일 앤 리스백으로 롯데손보가 확보한 자금은 2240억원이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2020년 신한L타워를 매각한 데 이어 직원용 연수시설 목적으로 건립한 천안연수원도 시장에 내놨다. 현대해상은 강남 사옥 매각으로 약 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앞다퉈 보유 부동산 매각에 나서고 있는 데는 내년도 IFRS17과 K-ICS 도입 대비 때문으로 분석된다. 새 회계기준과 지급여력기준은 기존에 원가로 평가하던 자산·부채 가치를 시가로 평가하도록 해 더 많은 자본을 쌓도록 하는 제도다.

특히, 보험사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기존보다 더 많은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부동산 자산의 가격 변동폭을 6~9%로 보고 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했는데, 앞으로는 25%까지 준비금이 필요하다. 부동산 가격이 1000억원이면 현재 기준으로는 60억~90억원의 준비금을 쌓으면 되지만, 내년부터는 250억원을 쌓아야 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IFRS17 도입 등으로 건전성 관리가 중요한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부동산 매각과 자본확충에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부동산의 경우 향후 준비금 마련 부담이 큰 만큼, 보험사들이 세일 앤 리스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유한 부동산을 처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