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지켜라"…금융권 여성 사외이사 선임 러시
2022-03-12 08:00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7개 은행계 상장 금융지주사 모두 사외이사진에 여성을 1명 이상씩 두게 됐다. 지난해만 해도 7개 은행계 상장 금융지주사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가 있는 곳은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3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8월 시행되는 새 자본시장법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하면서 사실상 여성 이사 1인 이상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우리금융·BNK금융·DGB금융·JB금융지주도 서둘러 여성 사외이사를 발탁하고 나섰다. 우리금융은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송 변호사는 1980년생 변호사로 서울대 경영대·법학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세종에서 금융·ESG 분야를 주로 담당하는 법률·ESG 전문가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도 협력사 ESG 지원사업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국내외 기업 대상 ESG 전략·투자 자문 경험이 풍부하다. 송 변호사는 오는 25일 열리는 우리금융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BNK금융은 김수희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자로 추천했다. 김 변호사는 1983년생으로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젊은 피를 수혈하는 파격 인사를 보여줬다. 김 변호사는 2018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 법무법인 법경에서 근무하고 지어소프트, 오아시스 등에서 법무팀장을 지냈다. 지난 2020년에는 BNK캐피탈 사외이사로 활동했으며 2021년에는 부산은행 사외이사로도 일했다.
DGB금융은 김효신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DGB금융은 이번 주총을 끝으로 사외이사 4명이 물러나고 3명을 신규 선임하는데 김 교수는 여성 사외이사로 포함됐다. 그는 △한국기업법학회 부회장 △대구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한국상사판례학회 회장 △한국문화예술법학회 회장 △한국상사법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법률전문가다.
JB금융도 이성엽 우리회계법인 회계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했다. 이 회계사는 1992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후 EY한영, 다산회계법인 등에서 활동했다. 지난 2013년엔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장을 지냈다. JB금융은 특히 기존 임기 만료의 사외이사를 모두 재선임하면서 사외이사 자리를 하나로 추가로 더 만들어 이 회계사를 신규 선임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두게 됐다. KB금융지주는 금융지주사 중 가장 먼저 여성 사외이사 2명을 배치했는데, 오는 25일 정기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최명희·권선주 사외이사를 재선임할 예정이다. 최 사외이사는 씨티은행 연수원장과 영업부 총지배인 출신이다. 금융감독원 국제협력실장도 거쳤다. 권 사외이사는 IBK기업은행 공채출신으로 카드사업본부 부행장,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을 거쳐 국내 최초의 여성은행장을 역임했다. 권 사외이사는 KB금융 이사회에서 금융회사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데 역할을 해왔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3일 김조설 오사카상업대학 경제학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며, 여성 사외이사를 2명으로 늘렸다. 기존 여성 사외이사인 윤재원 홍익대 교수는 재선임을 추천했다. 김 교수는 인권, 사회 복지 연구 실적이 두드러지는 인사다. ESG, 금융소비자 보호 전문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한다.
신한지주 사외이사·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김 교수 추천 배경에 대해 "동아시아 경제에 능통한 대표적인 여성 경제학 교수로서 경제학을 바탕으로 인권과 사회복지 분야의 우수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며 "ESG 및 금융소비자 보호 전략 추진에 기여하고 다양한 주주들의 의사를 공정하게 대변하는 사외이사로서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는 1명이다. 앞서 선임한 정보기술(IT) 전문가인 권숙교 사외이사의 임기가 1년 남아있다. 권숙교 사외이사는 우리FIS 사장을 역임했으며 금융위원회 금융발전 심의위원회, 금융보안원 자문위원, 한국신용정보원 사외이사 등을 역임하며 금융분야 ICT 부문 역량을 쌓아왔다.
금융지주는 아니지만 자산 2조원이 넘는 상장회사 카카오뱅크도 새 자본시장법 대상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상장에 성공하면서 올 하반기 여성 사외이사를 포함시켜야 하는 대상 회사로 분류됐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카카오뱅크 사외이사는 총 6명으로 모두 남성이다. 윤웅진 이사는 2018년 12월, 황인산, 신보선 이사는 2020년 3월에 선임됐으며 이달말 임기만료다. 진웅섭, 오평섭, 최수열 이사는 모두 지난해 3월 최초 선임됐고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를 맞는다.
2020년 연말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사외이사 후보군은 모두 35명이다. 전문분야별로 △금융 부문 8명 △IT부문 7명 △회계 5명 △법률 5명 △경제 4명 △경영 4명 △기타(소비자보호, 정보보호) 부문 2명의 분포를 나타냈다. 후보군 공개는 전문분야까지만 돼 있고 따로 남녀의 구분은 두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과 전문성을 제고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