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개막] 사법정책 험로 예상..."검찰 독립, 상당 시간 필요"

2022-03-10 12:35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법 개정 사안
檢 직접수사 범위 확대, 대통령령 개정으로 일부 가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정치적 바람에 휘둘리지 않도록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사법개혁의 방점을 찍었다. 기본적으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해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야당의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검찰의 직접수사범죄 세부 범위 조정 등 자체 개정이 가능한 부분도 있다. 윤 당선인이 취임 후 검찰 독립성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지 이목이 집중된다.

10일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집에 따르면 사법개혁 분야에 검찰 권한 확대가 들어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당선 인사를 통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정부패는 내 편 네 편 가릴 것 없이 국민 편에서 엄단하고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가겠다"고 말하며 수사의 독립성 확립 의지를 한 번 더 내비쳤다.
 
검찰 독립성·정치적 중립성 강화 방점
윤 당선인은 법무부 장관의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의 중립성과 정치적 독립성 훼손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두 차례 수사지휘권 발동 등으로 "손발이 다 잘리다시피 했다"고 한 윤 당선인의 개인적 경험이 공약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검찰청법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협조하지 않는 한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윤석열 캠프 여성본부 공동본부장인 조희진 전 검사장은 "수사지휘권 폐지는 법 개정 작업을 해야 하는 영역이라 국회에서 의결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당장 대통령 뜻만으로 되는 건 아니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미세조정은 대통령령 개정으로 손볼 수 있다. 검찰청법 제4조는 검찰의 직접수사 가능 범죄로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 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6대 범죄의 세부적 종류는 대통령령으로 나열하고 있는데, 현재 포함돼 있지 않은 범죄를 대통령령 안에 포함하면 검찰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는 범위가 조정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또 법무부와 별도로 검찰총장이 매년 독자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현재 법무부가 갖고 있는 검찰 예산 편성권을 검찰에 넘겨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검찰의 이른바 '정권 눈치보기'를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정부조직법 해석에 따라 가능한지 여부가 달라지지만, 예산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기더라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국회를 설득하는 과정 등이 필요하다. 법무부가 검찰 예산 편성권을 뺏긴다면 검찰개혁의 양대 동력인 예산권과 인사권 중 한 축을 잃게 되는 셈이 된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 공약집 마련에 참여했던 정승윤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권 강화 차원이 아니라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마치 행정부에 속한 권력기관처럼 만들어놓은 것에 대한 반성적 차원"이라며 "정치 권력에서 검찰을 떨어트려 독립성을 보장하는 한편 사법부의 한 기관으로서 그 책임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독소조항 폐지"···사실상 검찰 권력 강화
윤 당선인은 공수처법 24조를 '독소조항'으로 꼽고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설치된 공수처가 정치적 편향성, 정치 사찰식 불법수사, 수사능력 부족, 과잉수사 등을 드러내 폐지 여론이 높다"며 "독소조항 폐지를 통해 공수처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 윤 당선인 생각이다.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장이 수사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에 비춰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검찰이 직접 고위공직자를 수사할 수는 있지만 공수처가 이첩을 원하면 검찰은 넘겨야 한다는 뜻이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가 유의미하게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라며 "해당 조항이 삭제되면 검찰이나 경찰과 수사 경쟁을 해야 하는데 공수처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공수처가 존재하는 이상은 필요한 조항"이라고 말했다.